◎반도체 외 자동차·기계수출까지 침체세/국제수지·물가 악화 겹쳐 불황 장기화로올 하반기 경제를 점쳐볼 수 있는 7월의 각종 경제지표들이 상반기에 이어 모두 적신호다. 경상수지적자는 7월에도 22억8천만달러 확대됐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전년말대비 4.4%까지 올라 정부 억제목표선(4.5%)에 바짝 다가섰다. 기업들의 재고증가율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이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당초 올해말 또는 내년초에 끝날 것으로 예상했던 불황국면이 더욱 길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불황이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약점인 「고비용―저효율」구조에서 비롯된데다 「세 마리 토끼」로 불리는 성장 국제수지 물가등이 한꺼번에 악화하고 있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기하강국면에서는 국제수지와 물가는 개선되는게 정설이었다. 그러나 경기침체와 함께 국제수지와 물가마저 악화하는 합병증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경기를 부양하자니 물가상승과 국제수지악화가 우려되고, 물가를 잡자니 경기가 더욱 침체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것도 복잡하게 꼬인 경제상황을 헤쳐나갈 돌파구를 쉽게 찾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반도체경기를 대체할 산업이 나타나지 않으면 불황국면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자동차와 기계 수출이 6월까지 각각 14.9%, 11.1%(전년동기대비)의 수출증가세를 유지했으나 7월들어 각각 3.9%, 5.4% 감소세로 반전된 것도 이를 입증한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정문건 상무는 『과거 우리 경기순환패턴으로 볼 때 통상 경기정점에서 저점으로 떨어지는 기간이 18개월정도였으나 이번엔 이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며 『우리 경기를 주도하고 있는 주력산업들이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해 있는데다 특히 수출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의 국제가격이 최근 10달러 이하로 떨어지는 등 교역조건이 악화하고 있어 불황의 장기화는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금융연구원의 최공필 박사는 『우리 기업들의 교역조건악화로 인해 채산성이 떨어지고 재고·투자조정을 거치는 불황국면이 길어질 전망』이라며 『경기수축기가 내년 2·4분기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고 전망했다.
정부는 하반기 최악의 상황에 이르고 있는 경상수지 적자를 해소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상수지적자 폭증세는 웬만해서 잡히지 않을 전망이다. 한은은 반도체(16메가D램 기준) 국제가격이 하반기에 개당 14∼15달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경상수지적자폭이 1백50억달러로 늘어날 것이라고 수정전망했지만 반도체업계는 『이미 13∼14달러수준은 옛말이 됐으며 현재 10달러 이하로 떨어지고 있다』고 밝혀 연말 경상수지 누적적자는 2백억달러에 육박할 전망이다.<유승호 기자>유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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