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감성으로 본 잊혀진 풍물·자연「수월렁 수월렁 수월렁 수월렁…」 새끼를 돌돌 말아 만든 수세미로 가마솥을 가시는 소리다. 양은솥에 이어 요즘엔 스테인리스솥, 전기밥솥이 사용돼 우리 주변에선 좀처럼 들을 수 없게 된 「고향의 소리」이기도 하다.
「한국의 소리를 찾는다」는 전북대 국문과 교수인 시인 최승범씨가 86년 1월부터 95년 12월까지 10년간 월간 「객석」에 연재했던 글의 제목. 92년 일부가 같은 제목의 단행본으로 묶여 나왔고 이번은 그 후속편이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소리 에세이집」이라고 해야 할 이 책에서 지은이는 시인다운 감성으로 잊혀졌던 우리 풍물과 자연의 소리들을 복원해내고 있다. 바람으로 와서 바람으로 가는 피릿소리, 서걱서걱 오슬오슬 쓸릴 듯 쓸릴 듯한 갈대잎소리, 사운사운 예쁜 계집애 배 먹어가듯 하는 쟁기질소리, 뿔럭뿔럭 볼락볼락 코 끝에 일렁이는 팥죽끓는 소리 등이 향수를 자극한다.
시인은 미처 소리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들에서도 「소리」를 듣는다. 별은 한낮에도 하늘 함빡 윙윙거리고, 막 피어나는 꽃봉오리는 왁자히 자지러질 듯한 웃음소리를 낸다. 가만히 귀기울여 보면 한갓 하잘 것 없어 보이는 물체에서도 생명의 경외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예음간·7,800원<변형섭 기자>변형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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