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대통령 두사람에게 사형과 징역 22년6월을 선고한 26일의 「세기적 재판」에 대해서 외국 언론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르몽드 등 세계의 권위지들은 사설을 통해 한국의 민주주의가 「과거」를 심판할 만큼 성장했으나, 몇가지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고 논평하고 있다.그 신문들은 김영삼 대통령이 전두환·노태우씨와의 정치적 거래를 통한 3당 합당으로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김대통령의 「역사바로세우기」가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에서 시작됐다는 의심을 받아왔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들은 또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계산에 의해 전·노씨가 사면될 경우 진정한 과거 청산으로 평가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 신문들은 김대통령이 강조해온 강력한 개혁의지, 전·노씨를 사면하려는 유화적 태도, 반체제 학생들에 대한 과거정권식의 엄벌주의등은 서로 모순된다고 지적하고, 『독재자를 감옥에 보내거나 처형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법치주의를 확고하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대통령은 법원의 판결을 존중해야 하며, 역사적 책임을 묻는 중대한 문제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정권이 아닌 사법권에 속해야 한다고 그들은 쓰고 있다.
일본신문들은 더 회의적이다. 아사히와 마이니치신문은 『한국국민들은 재판결과를 환영하고 있으나 밖에서 보면 민주화의 이름아래 법치가 도외시된 정치색 짙은 재판이라는 인상을 받는다』고 논평하고 있다. 『김대통령이 자신과 손을 잡았던 과거의 대통령들을 역사 바로세우기라는 이름으로 처단하는 마당에 우리의 천황이 어떻게 방한하겠느냐』는 여론도 있다고 한다.
우리의 역사적 재판에 대한 외국 언론의 시각이 환영일색이 아니라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들의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성공한 쿠데타」를 단죄하고, 전직대통령들에게 중형을 선고하여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경종을 울리겠다는 벅찬 의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법치 회복의 의지이다. 사형선고가 두려워서 쿠데타를 못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법치가 확고한 나라, 법과 정의가 살아있는 나라에서는 어느 누구도 쿠데타를 꿈꾸지 못할 것이다.
전직대통령들을 구속하고 재판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앞으로의 마무리는 더 어려울 것이다. 처형의 가능성이 배제된 사형선고, 사형선고를 받은 피고인이 항소를 할까 말까 계산하는 이상한 재판, 법원의 결정보다 정치적 결정이 피고인들의 운명을 좌우할 이번 재판이 자칫 「세기적 정치 쇼」라는 인상을 심고 끝나지 않도록 심사숙고해야 한다. 법치를 손상하지 않는 정치의 어려움이 김대통령앞에 놓여 있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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