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인류학자 갈디카스 저 「에덴의 벌거숭이들」/인니 밀림서 100여마리와 함께 살며 행태 연구지난 16일 미국 일리노이주 브룩필드공원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 벌어졌다. 세살배기 남자아이가 5.5m 아래 영장류우리 콘크리트바닥에 떨어져 중상을 입자 8년생 암컷 고릴라가 아이를 안고 동물원 관리자와 의료진이 대기한 통용문 앞에 옮겨 놓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힌 것이다. 고릴라의 모성애는 인간과 닮은 영장류의 행태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도서출판 디자인하우스가 낸 캐나다 문화인류학자이자 국제오랑우탄재단 회장인 비루테 갈디카스(50·여)의 「에덴의 벌거숭이들」은 인간과 가장 유사한 오랑우탄의 행태연구를 통해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영장류 유인원중 유일하게 현장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지구 최후의 대형 유인원에 대한 본격 연구서이다. 미국의 UCLA대학과 대학원에서 심리학, 고고학을 전공하고 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인도네시아 열대우림에서 25년간 야생오랑우탄과 함께 생활하면서 생활주기와 습성, 모성애, 공격성 등을 밝혀냈다. 『나는 오랑우탄을 연구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말했던 그는 25세때 남편과 함께 보르네오의 밀림지대인 탕중 푸팅에 들어가 오랑우탄의 어머니가 되었다.
그리고 눈 앞에서 팔려나가고 죽임을 당하는 오랑우탄을 위해 밀렵꾼들과 싸우거나 정부관리들을 설득하고, 선진국의 지원을 요청하는등 오랑우탄 보호에 앞장섰다. 첫 양녀인 애크매드, 그 아들 아널드, 거대한 몸집의 난폭자 턱주머니 군둘등 그가 이름을 붙여주고 돌봐준 오랑우탄은 100마리가 넘는다. 오랑우탄은 침팬지와 달리 고독한 동물이며 서로 떨어져 살아 발견하기가 어렵다. 캄캄한 열대의 어느 날 밤 오랑우탄 한 마리가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오두막을 두드려 가슴 조였던 일, 새끼가 야생돼지에게 먹히자 나무에 올라가 분노에 떨면서 나뭇가지를 꺾어 집어 던졌던 일, 30m 높이의 나무 위에서 숨바꼭질하는 오랑우탄을 찾으려고 몇 달씩 기다렸던 일등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또 흡혈거머리와 수많은 식육곤충, 습기, 밀렵꾼과 싸우며 「천연의 동물원」을 지키려고 노력했던 투쟁을 소개했다.
오랑우탄의 모성애를 이용해 포획하는 인간의 잔학상도 고발했다. 어미가 위협을 받으면 새끼는 어미에게 달려가 온 힘을 다해 매달린다. 이 때 인간은 움직임이 둔해진 어미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다.
이 책은 인류학과 유인원 연구라는 학술적인 의미 외에도 한 여인의 인생역정을 숨김없이 보여주고 있다. 삶의 회의에 빠진 남편은 그를 떠나 인도네시아 원주민과 결혼해 캐나다로 돌아갔다. 그도 아들 빈티를 키우면서 원주민청년 팍 보합을 만나 재혼했다. 탕중 푸팅을 야생오랑우탄 보호의 메카로 만들어낸 여인의 보람과 고뇌가 담긴 책이다.<여동은 기자>여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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