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레지스탕스 소탕작전서 유래/자연 더불어 발신지 추적 쾌감 짜릿서울 강남구 잠실에서 무전기 판매업을 하는 김병수(45)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전파탐지 1인자다. 김씨는 숲이 우거진 산 속에 감춰진 전파발신장치도 어렵지 않게 찾아낸다. 정확하고 빠르게 전파발신지를 찾아내는 동물적 감각으로 전파탐지에 관한 한 국내에서 따라올 사람이 없다. 10년 경력을 자랑하는 김씨는 『전파탐지는 경험과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요즘 전파탐지훈련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내달 3일 몽골에서 열리는 세계전파탐지대회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독보적이지만 세계대회에서의 성적은 신통치 않았던 김씨는 이번 몽골대회에서만큼은 좋은 성과를 거두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김씨처럼 전파탐지를 취미로 가진 사람들의 모임이 한국아마추어전파탐지(ARDF)클럽이다. 86년 세계대회에 참석했던 박영순 회장이 93년 발족시켰다. ARDF클럽은 회원이 30여명에 불과하지만 어느 동호회 못지 않게 열성적이다. 이광룡 부회장은 『야산이나 깊은 산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전파를 탐지하는 일은 매우 매력적』이라며 『자연속에서 심신을 단련하는 데는 이보다 좋은 게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ARDF클럽은 어느 동호회보다 역동적이다.
전파탐지활동의 기원은 2차세계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군이 저항운동을 하던 레지스탕스들을 색출하기위해 전파를 탐지한 것이 유래이다. 전파탐지가 「여우사냥」(팍스헌팅)으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레지스탕스 소탕의 대명사로 불리던 전파탐지는 전쟁이 끝난 뒤 나치의 만행을 알리자는 취지에서 새로운 취미활동으로 발전했다.
ARDF클럽은 매년 수차례 전파탐지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대회방식은 높이 200m의 야산에 전파송신기를 수㎞ 간격으로 4∼5개 숨겨놓고 이를 찾아내는 것이다. 가장 빠르게 찾는 사람이 우승한다. 전파탐지 세계대회는 2년마다 열리며 아시아대회는 94년 중국에서 처음 열린 뒤 3년마다 개최된다. 세계대회 챔피언들은 코스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략 35∼40분이면 전파발신지를 찾아낸다.
ARDF클럽은 지역 햄동호회 행사때 기술을 지원하며 특정주파수를 장시간 점령하고 있을 경우 이를 탐지해 전파질서를 유지시켜 주기도 한다.
이부회장은 『전파사용이 크게 늘어나 전파탐지에 대한 기술개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김광일 기자>김광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