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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통신 「네티켓」 확립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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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통신 「네티켓」 확립 절실하다

입력
1996.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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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악용 언어폭력/바이러스 제작 유포/유언비어날조 혼란/여성엔 성희롱·외국인엔 엉터리 영어 무례까지/관련사 수신거부·ID박탈 등 벌칙도 효과 못거둬「자유로운 정치적 의견의 토론장」, 「절대적 기존질서를 거부하는 대항문화의 산실」. 인터넷과 PC통신 등 가상공간에 대한 이런 낙관적 전망은 그러나 「가상공간의 자유로운 공기」를 더럽히는 일부 네티즌들에 의해 위협당한다. 이들은 가상공간의 익명성을 악용해 언어의 폭력을 휘두르고 자신의 컴퓨터 실력을 과시하기 위해 악성 바이러스를 제작, 유포하는 등 「네티켓」 없는 행동으로 정보사회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PC통신에서 네티켓을 깡그리 무시하는 대표적인 예는 대화방에 들어가 반말을 하거나 욕설을 퍼부어 대는 언어폭력. 「메모」기능으로 특정인에게 음란성 메시지를 보내 성희롱을 하는 경우도 많다. 인터넷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 외국인과 대화를 나누거나 전자 우편을 보내면서 영어로 욕을 하고 뜻도 통하지 않는 말로 짜증나게 한다. 특히 상대방이 여성인 경우에는 성적 불쾌감을 유발하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상대방에 대한 무례도 잦은 사례. 다른 사람의 주장에 대해 「재롱을 부린다」 「하는 짓이 귀엽다」는 등의 말로 무시하거나 일방적인 비난을 퍼붓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다른 사람들의 대화를 방해하기 위해 특정 부호를 계속 눌러대거나 미리 준비한 큰 용량의 파일을 올리는 소위 「도배」 기법도 등장했다.

유언비어의 유포도 심각한 문제. 「수년전 실종된 개구리 소년들이 사실은 인근 군부대 포사격 훈련중 숨진 뒤 암매장됐다」는 등 근거없는 이야기를 그럴싸하게 PC통신에 올려 이용자들을 혼란케 한다.

자신의 컴퓨터 실력을 과시하기위해 악성 바이러스를 만들어 퍼뜨리는 행위는 적극적인 「사이버 폭력」에 속한다.

안철수 바이러스연구소의 통계에 따르면 95년 국내에서 새롭게 발견된 국산바이러스가 전년보다 두배 늘어난 82개였다. 올해 7월까지만도 80개가 새로 발견돼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국산 바이러스의 상당수가 청소년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은 더욱 큰 문제이다.

이 연구소의 고정한 연구원은 『영어 문자열을 포함하는 일부 바이러스의 영문법 구사정도를 보면 제작자가 초중고생들로 추측된다』며 『일부 청소년 컴퓨터 마니아 사이에 바이러스제작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소문이 사실인 것 같다』고 말했다.

PC통신사들은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수신거부, ID확인 후 박탈등 벌칙을 마련해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ID를 도용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바이러스 유포나 인터넷에서의 네티켓 파괴행위는 통제할 방법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

서울대 사회학과 장경섭 교수는 『이러한 행위는 가상공간의 가장 큰 장점인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이용자 스스로 파괴하는 것이며 자칫 현실권력의 개입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박승용 기자>

◎청소년 「어법 파괴」 통신 논란/「안냐세요」「방가」 등 맞춤법 무시 대화/“젊은층 사고 반영”“잘못된 생각” 맞서

PC통신 대화에서 청소년들이 만들어 사용하는 언어도 네티켓과 관련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대화방에서 주로 쓰이는 용어들은 「쩝쩝」 「카카」 등 의성어·의태어와 「안냐세요(안녕하세요)」 「방가(반갑습니다)」 등과 같이 생략되고 즉흥적이며 맞춤법에도 어긋나는 표현들. 이런 통신용어는 쓰기 쉽고 친근감을 주며 듣는 사람이 말하는 의도나 사소한 정서까지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는 이유로 몇년전부터 청소년들 사이에 급속히 전파됐다.

또 발랄함과 재치, 그리고 자유로운 사고를 반영하는 것이므로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는 기성세대도 있는 게 사실이다.

한국해양대학교 교양과정부 김정하 교수는 『이같은 파격적인 언어실험은 청소년들의 고유한 계층성을 표현한 것』이라며 『어법과 맞춤법을 절대화하려는 태도는 일반인들의 말에 실재하는 어법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청소년 PC통신 표현법에 대해서는 「맞춤법 파괴」를 넘는 「우리말 파괴」라는 비판도 있다. 또 PC통신에서 기성세대를 소외시키는 수단으로 작용해 극단적인 세대간 문화의 단절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이텔에 제공되는 「한글학회 한글정보」의 운영자 김한빛나리씨는 『청소년들이 문법과 어법등 언어질서의 파괴를 창의적인 발상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런 현상이 계속될 경우 우리말이 언어로서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글정보학회 부회장 진용옥 교수(경희대 전파공학과)도 『청소년들의 이런 컴퓨터언어가 계속 퍼질 경우 모든 계층 사람들이 PC통신이라는 새로운 통로를 통해 자유롭게 의견을 펼칠 수 있는 바람직한 정보사회의 도래를 가로막게 될 것』이라며 『컴퓨터통신언어와 예절을 가다듬고 정착시키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박승용 기자>

◎전문가들 진단/“불순이용자 대부분이 중고생/「통신예절」 교과과정 포함 시급”/모니터요원도 대폭 늘려 규제 강화를

인터넷 PC통신 사용이 대중화하면서 네티켓(통신예절)이 확립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는 무례한 통신이용자중 대부분이 청소년이어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가상공간의 분위기를 해치는 행위에 대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국내 온라인 서비스사업자들이 이제까지 정보제공사업에만 치중했지 건전한 환경조성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칼럼니스트 박순백씨(한글과 컴퓨터 상무)는 『PC통신사들은 수시로 통신예절에 대한 이용자의 주의를 환기시켜야 하며 모니터 요원을 대폭 늘려 불순한 이용자의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속과 규제보다는 계몽과 선도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다. 정보통신윤리위 이상길 위원(PC통신협회장)은 『공익광고등을 통해 이용자들의 건설적인 사용을 유도해야 한다』며 『정부에서 이용자들의 실태조사, 현황파악을 위한 연구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터넷을 이용할 때 국제문화에 대한 이해와 실수하기 쉬운 전자우편 사용규칙 등을 익혀 국제적으로 망신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미플로리다 애틀랜틱대학의 네티켓 사이트(http://fau.edu/rinaldi/netiquette)에는 반드시 알아야 할 예절과 규범이 정리돼 있다.

그러나 나이 어린 통신인구가 급증하는 만큼 무엇보다 통신예절을 학교 교과과정에 포함, 어릴 때부터 네티켓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안양 범계중학교(교장 김대식)는 올 3월 「중학생을 위한 예절집」을 발간하면서 컴퓨터 통신을 이용할 때의 예절과 음란물을 막기 위한 방법을 상세하게 소개했다.

이런 노력이 개별 학교의 산발적 시도에 그치지 말고 교육부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순백씨는 『미래사회가 통신을 근간으로 한 정보사회가 될 것』이라며 『네티켓에 익숙해지는 게 미래를 살아가는 중요한 방법 하나를 미리 익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전국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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