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한총련시위가 극에 달했던 14일 뉴욕 타임스 등은 뉴욕 경찰이 한 시위대를 해산하는 모습을 사진까지 곁들여 크게 보도했다. 이날 시위는 뉴욕 맨해튼 이스트 사이드에 있는 3개의 시소유 건물에서 2년넘게 살아오다 쫓겨난 사람들이 시정부에 항의하면서 일어났다. 시당국이 그동안 방치해온 이들 건물을 아파트로 개조하기 위해 퇴거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졸지에 삶의 터전을 잃게 된 가난한 예술가등 50여명의 시위대는 이중 한 건물을 점거했다. 하지만 경찰에 맞설 조직도 변변한 무기도 갖추지 못한 시위대는 저항한번 못한 채 줄줄이 경찰차에 실려갔다.
이날 시위는 그무렵 미국언론에도 크게 보도된 한총련사태와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경찰에 연행되면서 취재진에게 혀를 내밀며 두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린 한 청년의 모습은 익살스럽기까지 했다. 두손을 머리에 얹은채 끌려가는 학생들과 양쪽으로 도열한 전경들이 빚어내는 섬뜩함과는 한참 달랐다.
이날처럼 미국에서도 각종 시위가 매일 벌어진다. 그러나 폭력시위는 보기 드물다. 무엇보다 공권력에 대한 도전을 용납하지 않는 풍토가 뿌리내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가전을 방불케하는 한총련시위는 미국인들에게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사태」로 비쳐졌을 것이다.
한총련 사태로 미국의 한국인들은 당혹스러웠다. 꾀죄죄한 여대생들의 모습을 반복해 보여준 CNN방송 화면에는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였다. 미국내 소수민족들이 자체제작하는 군소채널 뉴스에도 한총련시위는 빠짐없이 등장했다. 이들 방송이 전해주려는 메시지와 의도는 어느정도 짐작이 간다.
그러고 보면 미국언론에 보도되는 한국뉴스는 우울한 것 뿐이고 한인들도 덩달아 위축되고 있다. 두 전직대통령 재판에 대한 이방인들의 질문에 시달렸던 한인들은 다시 한총련시위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선진국진입을 운운하면서 도심에는 화염병이 난무하는 「이상한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설명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역사를 바로 세우고 공권력을 확립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하다.<뉴욕=이종수 특파원>뉴욕=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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