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수주·자금조달 차질 우려/거래선 문의 빗발 해명에 진땀/“수렁 탈출 경영에 전념” 새 출발 다짐도재계 총수들에게 집단 실형이 선고된 「검은 월요일(블랙먼데이)」은 지났지만 비자금후유증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총수들은 그러나 비자금후유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내외 경영현장으로 달려가는 등 일로써 실형의 아픔을 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총수에 대한 예상밖의 중형선고로 그룹 이미지가 크게 실추됨으로써 관련그룹들은 당장 해외사업에 차질이 빚어지는등 유무형의 경영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동안 세계 각국의 원수를 자유롭게 만나며 「세일즈외교」를 펼쳐온 이들 총수들은 이번 유죄판결로 세계로 향하는 발목에 커다란 쇳덩이를 매달고 뛰게 된 셈이다.
우선 실형을 선고받은 총수들은 해외에 나갈때마다 법원의 출국허가를 받고 공판이 열릴 때마다 만사 제쳐두고 법정에 출두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특히 대통령선거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93년11월 징역 3년형을 선고받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상고를 포기, 사면되기까지 2년 가까운 세월이 소요된 만큼 「장기전」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뇌물기업」이란 오명때문에 해외수주나 자금조달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특히 기업의 신용도를 가장 중시하는 해외 금융기관이 등을 돌리거나 경쟁기업들이 악성루머까지 퍼뜨릴 경우 외국기업 인수 및 투자등 해외활동은 크게 위축되지 않을 수 없다. 외국 국가원수와의 면담이 원천 봉쇄될 수도 있다.
대우 동아 진로 등 총수가 실형을 선고받은 그룹들은 재판결과가 외신을 타고 전세계로 알려지면서 해외거래선과 현지법인 임직원들의 문의전화가 빗발쳐 이를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재계는 그러나 하루빨리 「비자금 수렁」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경영리듬을 되찾는게 기업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 어느때보다도 더 활발한 국내외 활동을 통해 새 출발의 각오를 다진다는 방침이다.
최원석 동아그룹 회장은 리비아대수로 2단계사업의 트리폴리지역 통수식(31일)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의 허가를 받아 27일 상오 출국했다. 통수식에서 가다피국가원수 등 리비아정부 관계자들과 만날 예정인 최회장은 이번 판결이 구두약속을 받아놓은 대수로 3·4단계 공사발주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재판결과를 소상히 설명할 계획이다.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도 중국 연변(옌볜)호텔 개관식에 참석차 28일 출국, 유럽을 경유해 예정대로 9월초 귀국하는등 평상체제를 유지할 방침이다. 그러나 그룹측은 최근 김회장이 심혈을 기울여온 해외 자동차사업과 이미 성사단계에 들어선 프랑스 톰슨사의 인수가 난관에 부딪칠까봐 우려하고 있다. 대우는 한편 이날 해외법인장 및 지사장에게 공문을 보내 『동요하지 말고 더 열심히 일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장진호 진로그룹 회장은 다음달초 메콩강유역 농장개발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캄보디아를 방문하는등 경영에 전념해 상처를 달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 대림 동부 등 총수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그룹들도 직간접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삼성은 우선 이건희 회장이 집행유예 선고를 받아 대한레슬링협회장직 사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후속조치를 협의중이다.
지난해 원전뇌물사건에 연루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최원석 회장도 대한체육회 규정에 따라 대한탁구협회장직에서 물러난 전례가 있다.
이준용 대림그룹 회장은 다음달초 김영삼 대통령의 남미순방 수행을 시작으로 경영의 고삐를 바짝 죌 계획이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도 동부건설과 동부산업의 합병을 위해 이달 30일 이사회를 개최하는등 굵직한 그룹현안을 직접 챙기며 비자금 악몽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겠다는 생각이다.<남대희 기자>남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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