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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로씨를 노모의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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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로씨를 노모의 품으로”

입력
1996.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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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맞서 살인·인질극 28년째 복역/옥중 암투병 “93세 어머니 만나는게 소원”/한일 양국 법조·지원단체 구명운동 일어조직 폭력배를 살해하고 인질극을 벌이는등 일본의 차별에 맞서 홀로 「전쟁」을 치렀던 재일동포 무기수 김희로씨(71)와 죽음을 눈앞에 둔 노모를 이제는 만나게 해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한일 양국 법조인들과 지원단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68년 2월 당시 39세이던 김씨는 『돼지같은 조센진(조선인)』이라고 자신을 모욕하는 이나카와(도천) 폭력단 소속 야쿠자 2명을 엽총으로 사살했다.

그는 이어 산중의 여관으로 달아나 일본인 20명을 인질로 잡고 경찰과 대치하며 몰려든 언론에 재일동포 차별상을 털어 놓아 일본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김씨는 초등교 시절 어머니가 싸준 소중한 도시락이 일본인 학생들에게서 내팽개쳐지는 수모를 당하는 등 일찍부터 차별대우의 아픔을 겪었다. 이후 이름을 수차례 바꾸며 살아보려 했지만 취직도 불가능했으며 결혼했던 일본 여성까지 시달림 끝에 곁을 떠나는 등 재일동포로서 받을 수 있는 박해란 박해는 모두 받았다.

28년 전 다이너마이트를 들고 경찰과 대치하던 그를 면회한 어머니 박덕숙씨는 깨끗이 손질한 한복을 건네주며 『일본인 손에 잡혀 수모를 당하느니 자결하라』고 말했다. 대치 5일만에 기자로 변장한 경찰에 체포된 그는 75년 11월 무기징역이 확정돼 지금까지 구마모토(웅본)형무소에서 21년째 복역중이다.

『일본 사회에 차별상을 알리기 위해 인질극을 벌였을 뿐 후회는 없다. 어머니에게 효도를 못한게 마음에 걸린다』고 울부짖던 그도 칠순을 넘기고 몸에는 암이 번져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자결을 권유하던 강골의 어머니는 식물인간 상태나 다름없는 93세. 양로원에서 아들을 만나겠다는 의지만으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에서 「김의 전쟁」이란 영화로 만들어져 한때 영웅처럼 그려지기도 했던 김씨의 마지막 소망은 생전에 어머니를 만나는 것이다.

아시아태평양 변호사협회(회장 이병호)는 최근 일본 법무성에 낸 탄원서에서 『일본에서도 25년간 복역한 무기수는 대체로 석방하고 있는 만큼 한국인이란 이유로 차별대우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탄원서는 또 『김씨를 석방해 노령의 병든 어머니를 만나고 싶어하는 아들의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소원한다』고 호소했다.<도쿄=신윤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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