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출국 등 겉으론 큰 지장없어/실형집행유예 「중간형」 성격/“근신·자숙” 경고적 의미 강해『최원석 피고인 징역 2년6월, 김우중 정태수 장진호 피고인 각 징역 2년…』그러나 집행유예의 단서는 어디에도 붙지않았다. 26일 하오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사건 선고공판에서 재판장이 실형을 선고하는 순간 재벌총수 4명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졌다. 방청석을 메운 회사관계자들도 당황한 빛을 감추지 못했다. 실형선고가 곧 구속수감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 12·12, 5·18 사건 재판때의 법정구속과는 다르게 재판직후 실형을 선고받은 재벌총수 4명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다른 재벌총수와 함께 「자유롭게」 법정을 벗어났다.
법정을 나선 총수들은 앞으로 기업활동을 하는 데 지장은 없는 지, 추후 구속될 가능성이 있는지, 언제까지 불구속상태가 계속되는지 등을 담당변호사에게 묻는 등 긴장된 모습은 감추지 못했다.
법원이 불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하면서 법정구속하지 않은 예는 흔치 않다. 불구속기소되거나 보석·형집행정지로 풀려나 불구속재판을 받는 피고인들에게는 통상 집행유예 등 가벼운 형이 선고되는 것이 관례였다. 따라서 실형을 선고하되 법정구속하지 않는 이번 선고는 형집행을 유보하는 집행유예형보다 훨씬 중한 처벌임은 물론이다.
형사소송법상 법정구속 형태와 관련한 특별 규정은 없다. 다만 구속여부 결정은 재판부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에 필요할 경우 실형이 선고된 피의자는 언제라도 구속수감할 수 있다. 이때 재판부는 관련피고인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해야 한다. 때문에 재벌총수 4명에 대한 재판부의 실형선고는 사정이 변경되면 언제라도 다시 구속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두는 「사법적 경고」의 의미를 담고있다. 기업활동이나 해외출국 등 일상적인 생활에는 전혀 지장이 없지만 관련 피고인들에게 근신과 자숙을 강제하는 일종의 경고성 선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재판부는 4명의 재벌총수가 과거 뇌물공여전과가 있는데다 뇌물을 제공하고 공사를 수주하는 등 자금제공의 대가성이 있다고 보고 실형을 내렸다는게 법조 주변의 분석이다. 재판부가 관련 피고인들이 국가경제에 기여해온 「정상」을 참작, 법정구속이라는 극단적인 조치를 피하되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게 함으로써 실형의 효과를 보게했다는 관측을 낳고있다. 따라서 재판부가 이들에게 내린 실형선고는 실형과 집행유예의 「중간 형」이 되는 셈이다.<김승일 기자>김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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