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우화속의 「양치기 소년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장난꾸러기인 소년은 양떼를 돌보다가 심심한 나머지 동네로 달려오면서 『늑대다! 살려주세요』라고 소리쳤다. 동네 사람들은 손에 몽둥이를 들고 소년한테로 몰려 왔다. 재미를 본 소년은 다음 날도 거짓 외침으로 동네 사람들을 또 한바탕 곯려먹었다. ◆그런데 며칠후 늑대떼가 정말로 나타났다. 소년은 『늑대가 나타났다』고 소리치며 동네로 달려와 구원을 청했으나 누구 하나 나와 보지 않았다. 그래서 소년의 양떼는 모두 늑대밥이 됐다는 이야기다. 유명한 이솝의 이 우화처럼 아무리 무서운 위협도 자주하면 효력을 잃어 쓸모가 없게 되는 법이다. ◆그동안 정부와 검찰과 경찰 등은 한총련이 친북집회를 열고 과격시위를 도모하는 기미가 있을 때마다 「원천봉쇄」 「주동자 검거」와 「엄벌」방침을 입버릇처럼 되뇌어 왔다. 그러나 매번 엄포로 끝났을 뿐 한번도 학생들의 불법·과격시위와 집회를 원천봉쇄한 적이 없다. ◆주동자 검거도 흐지부지였고 「엄벌」은 항상 말에 그쳤다. 정부의 엄벌방침은 으레 해보는 소리, 양치기 소년의 「거짓 늑대외침」만도 못하게 위력을 상실한 근본적인 이유였다. 그래서 공권력은 권위를 잃게 됐고 권위를 상실한 공권력은 아무도 무서워하지 않게 된 것이다. ◆정부의 강경대응에 힘입어 한총련 본부 사무실 폐쇄를 공언했던 고려대가 학생들의 저항에 부딪쳐 우물쭈물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렇다면 한총련 소속의 극렬 운동권 학생들이 본부 사무실을 폐쇄하란다고 순순히 응할 줄 알았다는 말인가. 한총련이 대학캠퍼스에 깊게 뿌리를 내린 전후사정을 알만 하다. 정부와 대학의 한총련 대응자세는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을 그래서 하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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