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판단(1)피고인들의 내란죄에 대하여
소위 포괄적 일죄라는 것은 각기 존재하는 복수의 행위가 그 구성요건을 한번만 충족하는 것이라고 포괄적으로 평가되는 것을 말하고 포괄적 일죄의 한 유형중의 접속범이라 함은 서로 접속하여 동종의 행위를 반복하는 것을 말하고 이 반복되는 동종의 행위는 구성요건을 한번만 충족하는 것으로 포괄적으로 평가되며 접속범이 일죄로 파악되는 것은 복수의 행위가 동일 죄명에 해당하며 그 피해법익이 단일하고 범의에 계속성이 있는 까닭이다.(대법원 1984.8.14·선고 84도 1139판결 참조) 이 사건에 있어서 비상계엄의 선포 유지가 내란죄의 폭동에 해당함은 후술하는 바와 같고 폭동을 내용으로 하는 내란죄는 폭동행위가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가 되었을 때에 내란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여 기수에 이르는 소위 즉시범이라고 할 것인데, 통상의 협박의 경우 해악을 고지하는 행위가 1회 이루어지고 나면 더 이상 해악고지행위라고 볼 만한 행위는 없으면서 그 행위로 인하여 생긴 심리적 외포하는 위법상태만 유지되어 범죄행위로서의 협박행위는 해악고지행위가 끝남과 동시에 종료되는 데에 반하여 이 사건에 있어서의 비상계엄은 해제되기 전까지는 언제든지 계엄군을 출동시키고 국민들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위협적인 요소로 말미암아 그 선포행위도 협박행위로 평가될 뿐만 아니라 그 유지행위도 범죄실행행위인 협박행위로 평가된다고 할 것이어서 비상계엄의 선포 유지행위는 그 기간동안 모두가 포괄적으로 내란죄 일죄로 평가되고 또한 이 사건에 나타나 있는 1980.5.17 하오의 집단적 검거와 각 보안 목표지점에의 계엄군 배치, 국회의원들의 동원 저지, 광주항쟁의 진압행위, 정치인들의 체포 연금 정계은퇴조치, 공직자 숙정이나 언론인 해직, 언론통폐합, 대법원판사에 대한 사직 요구 등의 행위는 비상계엄의 선포 유지행위와 함께 복수의 행위이기는 하나, 모두가 내란죄라는 동일 죄명에 해당하고 그 피해 법익이 국가존립의 기초 자체 또는 국헌적 법질서로서 단일하며 국헌문란의 목적과 폭동이라는 범의의 계속성이 있으므로 소위 접속점으로서 모든 행위가 포괄하여 내란죄라는 구성요건을 한번만 충족하는 것이라고 평가되므로, 위 각 폭동행위중 가장 최후에 이루어진 1981.1.24의 비상계엄의 해제와 더불어 위 범죄실행행위로서의 폭동행위도 종료되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내란죄에 있어서는 내란죄의 기수 시기와 내란죄의 범행 종료시기가 분리되어 내란죄의 범행이 종료된 시점부터 이 사건 내란죄의 공소시효가 진행된다고 할 것이다.
한편 내란죄는 그 법정형이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로서 같은 조문에 의하여 공소시효의 기간이 15년이고, 따라서 이 사건내란죄에 있어서는 공소시효가 개시된 때로부터 15년이 경과한 후인 1996.1.24이 경과함으로써 완성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위 공소시효가 완성되기 이전인 1996.1.23에 피고인 전두환, 같은 노태우, 같은 유학성, 같은 황영시, 같은 이학봉, 같은 이희성, 같은 주영복, 같은 차규헌에 대하여 공소가 제기되었고 피고인 허화평, 허삼수, 정호용 등 3인의 피고인에 대하여는 1996.1.24이 경과한 1996.2.7.에 이 사건 내란죄로 기소되기는 하였으나 공범인 피고인 전두환 등에 대하여 공소시효가 완성되기 전인 1996.1.23에 내란죄로 공소가 제기됨으로써 위 3인의 피고인에 대한 내란죄의 공소시효도 그 진행이 정지되어 있다가 공소시효 완성전에 내란죄로 공소제기 되었다 할 것이어서 위 피고인들 모두에 대한 이 사건 공소중 내란죄 부분이 공소시효가 완성된 후에 제기된 것으로서 면소의 판결을 하여야 함을 내세우는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피고인 전두환의 반란수괴죄, 불법진퇴죄, 같은 노태우의 반란중요임무종사죄, 불법진퇴죄에 대하여 피고인 전두환, 같은 노태우에 대한 위 각 죄는 각 그 법정형이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로서 같은 조문에 의하여 공소시효의 기간이 15년이고 또한 위 피고인들에 대한 반란죄는 그 행위가 종료된 1980.5.27에 공소시효가 진행되고 위 피고인들에 대한 각 불법진퇴죄는 1980.5.17 및 같은 달 20일에 공소시효가 진행된다.
한편 위 제1 범죄사실에 대한 피고인들 및 변호인들의 주장및 판단 항 중 제3·나(1)항에서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인 전두환에 대하여는 대통령 재직기간인 7년 5월24일동안 피고인 노태우에 대하여는 대통령 재직기간인 5년동안 위 피고인들의 위 죄에 대한 각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된다고 할 것이다.
위 각 사정 아래에서 위 피고인들에 대한 위 각 죄의 공소시효가 완성되는 시점을 산정하여 보면, 위 각 죄에 대하여 피고인 전두환의 경우는 2002년이 지난후에 피고인 노태우의 경우는 2000년이 지난후에 공소시효가 완성된다.
그런데 위 피고인들에 대한 위 각 죄는 각 공소시효가 완성되기 전인 1996.1.23에 공소제기되었음이 기록상 명백하므로 공소시효가 완성된 후에 공소가 제기되었음을 이유로 면소판결을 하여야 한다는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피고인 전두환, 같은 황영시, 같은 이희성, 같은 주영복, 같은 정호용의 내란목적살인죄와 피고인 전두환, 같은 노태우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의 각 반란죄에 대하여.
위 제1 범죄사실에 대한 피고인들 및 변호인들의 주장 및 판단항 중 제3, 나, (3)항에서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에 의하여 위 피고인들의 위 각 죄는 1993.2.25부터 그 공소시효가 진행되어 그 때로부터 15년이 지나야 공소시효가 완성된다 할 것인데, 이 사건 공소는 1996.1.23일 및 같은 해 2·7에 제기되었음이 기록상 명백하여 공소시효가완성되기 전에 공소제기되었다 할 것이다.
따라서 위 특별법이 위헌 무효임을 전제로 위 피고인들에 대한 위 각 죄의 공소시효가 완성되었음을 내세우는 위 주장은 이유 없다.
4, 비상계엄의 폭동성(피고인 전두환, 같은 노태우, 같은 유학성, 같은 황영시,같은 차규헌, 같은 허화평, 같은 허삼수, 같은 이학봉, 같은 이희성, 같은 정호용)
가, 주장
폭동의 개념으로서의 폭행, 협박은 상대방에 대한 위협적인 상황이 실제로 조성되었을 경우에 성립되는 것이지, 위협적인 상황이 조성될 가능성이 있는 것 만으로는 성립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인바, 비상계엄이 선포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언제든지 계엄군이 동원됨으로써 국민들의 자유로운 의사가 억압되고 위협적인 상황이 조성될 개연성이 있을 뿐이지 실제로 국민들의 자유로운 의사가 억압되고 위협적인 상황이 조성된 것은 아니므로 비상계엄의 선포가 폭동의 개념으로서의 폭행, 협박에 포함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가사 비상계엄의 선포로 국민들의 자유로운 의사가 억압되고 위협적인 상황이 조성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계엄령이라는 법령과 제도 때문에 일어난 결과이지 사실행위로서의 해악의 고지에 의한 결과가 아니므로, 비상계엄의 선포는 폭동의 개념으로서의 폭행,협박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주장한다.
나, 판단
내란죄에 있어 폭동의 개념으로서의 협작은 최광의의 것으로서 일반적으로 사람으로 하여금 외포심을 일으키게 할 만한 해악의 고지이고 이를 준비하거나 보조하는 행위도 포함하는 개념이다(대법원 1980.5.20·선고 80도306호 판결) 비상계엄의 선포는 그 선포만으로 존재하지 아니하고 그 선포를 계기로 주요 보안목표 및 요소요소에 계엄군을 배치하고 각종 포고령 등에 의하여 국민의 기본권의제약과 자유로운 의사표시를 억압하는 상황을 조성한다. 계엄의 선포, 유지는 바로 이러한 상황의 조성, 유지를 의미하므로 특별히 계엄을 계기로 이루어지는 구체적인 조치를 통하여 해악을 고지하는 별개의 사실행위가 있지 아니한 상황이라 하더라도그 준비행위가 보조행위로서 총체적으로 폭동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또한 비록 위와 같은 계엄의 위협적인 요소가 법령과 제도 때문에 일어난 결과라 하더라도 국헌문란의 목적을 가지고 계엄을 선포 유지하는 행위는 법령과 제도에의하여 결정된 계엄의 위협적인 요소를 국헌문란의 목적에 이용하는 의미에 다름 아니므로 계엄의 위협적인 요소가 법령과 제도에 규정된 때문이라는 이유만으로 국헌문란 목적으로 계엄을 이용하는 행위가 폭동의 개념으로서의 위협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이에 반하여 위 주장은 이유 없다.
5, 국회해산과 비상기구 설치, 운영을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행위와 국헌문란목적의 유무(피고인들)
가, 주장
피고인들이 국회를 해산하고 비상기구를 운영하는 계획을 마련하여 최규하 대통령에게 건의한 것은 당시 헌법에는 대통령이 언제나 국회를 해산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것으로 규정되어 있고 또한 당시 정부조직법에는 대통령 자문기구로서 어떠한 기구도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는 관계로 위 각 헌법과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대통령이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건의한 것이므로 피고인들의 위 계획수립 및 대통령에의 건의 행위에 국헌문란의 목적이 있었다고 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나, 판단
국헌문란의 목적에 있어서 국헌문란이라 함은 국민의 주권을 실력으로 배제함으로써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거나 의회제도의 부인, 사법제도의 폐지, 정부조직의 변혁, 기타 국가이 정치적 기본조직을 불법으로 파괴 또는 변혁하는 것을 의미한다 할 것인바,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인들은 비상계엄의 전국확대가 이루어질 경우 비상계엄의해제를 결의할 가능성이 있는 국회를 당시 헌법에 의하여 대통령에게 부여되어 있는 국회해산권을 이용하여 해산함으로써 국회이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고 비상기구역시 대통령의 자문, 보좌기구로서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상 대통령에게 부여된긴급조치권에 기한 비상권력기구로서 설치하여 입법, 행정, 사법을 통제함으로써 대통령 및 행정 각 부의 권능행사를 무력화할 의도하에 위 각 계획을 수립하여 대통령에게 건의한 것으로서 비록, 외관상으로는 당시 헌법과 법률이 정한 테두리 내에서 대통령의 적법한 권리행사를 바라는 건의의 형식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피고인들에게 국헌문란의 목적이 없었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6. 비상계엄전국확대의 통치행위해당 여부(피고인들)
가. 주장
이 사건 비상계엄의 전국확대선포는 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쳐서 적법하게 이루어진 최규하 대통령의 통치행위에 해당하고 위 전국확대선포 이후에 이루어진 일련의 조치는 국가통치권 차원의 계엄업무의 집행일 뿐이므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여 피고인들을 유죄로 처단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나. 판단
대통령의 계엄선포행위는 고도의 정치적, 군사적 성격을 띠는 행위로서 사법기관인 법원이 계엄선포의 요건 구비여부나 당·부당을 판단할 권한이 없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법리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 있어서는 최규하 대통령의 위와같은 비상계엄의 전국확대 선포행위 자체를 폭동의 한 태양으로 보아 유죄로 인정하여 처단한다는 것이 아니고, 위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은 국헌문란의 목적을 가진 피고인들의 그 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헌법상 대통령에게 부여되어 있는 국가긴급권의 발동행위를 교묘하게 이용하여 일단 비상계엄의 전국확대가 이루어지게 한 다음 그 전국비상계엄의 상황을 이용하여 그 후에 일부 합법적인 절차를 가장하거나 또는 불법적인 절차를 통하여 피고인들에 의하여 이루어진 일련의 조치들을 국헌문란의 목적 하에 이루어진 폭동으로 보아, 피고인들을 유죄로 처단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여 당시 비상계엄의 전국확대를 하여야만 할 객관적 여건이 전혀 조성되어 있지 않았음에도 학생들의 시위를 과장하여 보고하거나 북한의 남침위협에 관한 신빙성이 없는 정보를 마치 신빙성이 매우 높은 정보인 양 대통령에게 보고하면서 전국주요지휘관회의에서 비상계엄의 전국확대문제를 의제로 논의하여 만장일치의 결의를 하도록 유도했다. 그 뒤 계엄사령관과 국방부장관을 통하여 이를 전군의 의사인 것으로 강력하게 건의하도록 하였고, 이러한 여러 수단을 동원한 결과 대통령이 비상국무회의를 소집하여 비상계엄의 전국확대선포의 건을 논의하여 보라고 지시하자 국무회의장에 불법으로 많은 병력을 배치하여 국무위원들에게 묵시적인 협박을 가함으로써 국무회의에서 비상계엄의 전국확대 의결이 이루어지도록 했다. 비상계엄의 전국확대선포가 이루어지는 것을 계기로 국회에 병력을 배치하여 국회의 기능을 사실상 정지시키고 피고인들의 이러한 행위에 반대, 저항할 것이 예상되는 주요 정치인과 재야인사, 학생운동지도자들을 병력을 동원하여 체포하는 등의 행위를 자행했다. 그렇다면 피고인들은 폭동에 이르는 과정에서 대통령의 비상계엄 전국확대 선포행위를 이용한 것이고 그 이후에 이루어진 일련의 조치들은 국가통치권 차원의 계엄업무의 집행이 아니라 국헌문란의 목적 하에 이루어진 폭동행위로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며, 앞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당시 최규하 대통령의 비상계엄 전국확대 선포행위가 통치행위로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하더라도 피고인들의 행위의 폭동성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할 것이어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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