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입장/법리보다 상식 접근 신속 해결/“실질적 한국선박” 일·중 등과 협의채널 가동정부는 페스카마 15호를 예인하는대로 사고경위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키로 하는 한편 최종인도 및 수사과정상 협조를 위해 생존선원 선적국인 중국 인도네시아와 협의채널을 가동키로 했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사고선박이 현재 공해상에 있어 언제라도 예인할 수는 있지만 생존선원 수사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영사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또 수사권 인도에 관한 일본과의 원칙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일본으로서도 최종인도에 앞서 선원들의 소속국인 중국과 인도네시아, 선적국인 온두라스 등의 실질적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도 감안한 것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선적국인 온두라스와 가해자측인 중국등과의 교섭을 통해 ▲선박의 모항이 부산항이었고 ▲사실상 운영자가 우리측이었으며 ▲피해자가 가장 많고 ▲가장 밀접한 이해관계 당사국이라는 점을 들어 수사권 등 전반적 관할권 행사에 대한 양해를 구할 예정이다.
외무부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정부는 이 문제의 신속한 해결을 위해 해석의 여지가 복잡하고 모호한 법리적 접근보다는 정상을 감안한 상식적 해결에 초점을 두기로 했다』며 『중국 등 관련국과의 협의에서 사건의 진정한 관련자가 우리라는 점을 강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무부에 따르면 선박 및 항공기 범죄사건에 대한 관할권을 정하는 국제법적인 원칙은 기본적으로 해당 선박과 항공기를 선적국 영토의 연장으로 본다는 시각에 기초해 있다. 이외에 가해자 국적, 피해자 국적, 이익을 손상받은 국가 등의 부수적 기준이 적용됐다.
이같은 기준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이번 사건은 다국적 선원, 소유와 사실상 운영자의 차이, 이익을 손상받은 국가를 어디로 정할 것인가 하는 판단의 문제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복잡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정부가 「법리논쟁」 대신 상식선에서 관계국의 양해를 요청키로 한 것은 이같은 판단에 따른 것이다.<장인철 기자>
◎일본 입장/외교분쟁 우려 신중자세 견지/“우린 수사권 없다” 관련국 선 의사 확인 강조
페스카마 15호 선상반란 사건에 대해 일본 외무성과 해상보안청은 일단 일본측에는 수사권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선박이 일본 영해내로 표류해 오기는 했지만 선상반란이 발생한 곳이 영해 밖인 폴리네시아 제도 부근이기 때문에 일본은 속지주의에 의한 수사권이 없으며 수사를 원치도 않는다는 입장이다.
일본측은 페스카마 15호에 대한 조치와 관련, 『긴급구조 요청에 따라 선박과 선원의 안전을 확보하고 있으며 그에 필요한 최소한의 사실 청취를 했을 뿐』이라며 「조사」나 「수사」라는 표현을 애써 피하고 있다.
일본측의 이같은 자세는 한국 중국 인도네시아 온두라스 등이 복잡하게 얽힌 사건에 개입, 외교적 부담을 떠맡을 이유가 없다는 인식에서 나온 것이다. 특히 한국과 중국의 입장이 엇갈릴 경우 균형잡기가 쉽지 않을 것임을 고려, 애초에 판단을 유보하는 것이 낫다는 조심스러움 때문이다.
일 해상보안청은 26일 도쿄(동경)에서 5백50㎞ 떨어진 도리시마(조도) 부근 해상에 있던 페스카마 15호를 공해상으로 옮겨 이같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일단 문제선박이 공해상에 나가 있는 이상 관련국간 협의가 끝나 어느 나라든 인수하면 그만이라는 것이 일본측의 입장인 것이다.
다만 태풍 등 기상악화로 불가피한 경우에는 인근 섬이나 도리시마를 관할하는 해상보안청 3관구의 모항 요코하마(횡빈)로 대피시키는 「인도적인 조치」는 고려한다는 것이 일본의 방침이다.
페스카마 15호는 선적국이 온두라스이지만 실질적인 선박 소유주가 한국 회사이고 최대 피해자가 한국 선원들이라는 점에서 다른 관련국의 특별한 인도 주장이 없다면 선박과 선원은 한국측이 인수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은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개의치 않을 태도다.
일본이 최소한의 「선상 청취」와 인도적 구조 조치에 그치고 페스카마 15호를 공해상으로 내보낸 것은 「김만철식」처리 전례를 따른 것이기도 하다.<도쿄=신윤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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