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총수 활동 제약 해외사업 차질 등 예상/일각선 “정경유착 차단 계기” 향후 선처 기대재계총수의 발목을 잡았던 노태우 전대통령 비자금사건에 대한 법원의 1심판결은 재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우선 재계는 법원의 중형선고로 관련 기업인의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형이 선고된 김우중(대우) 최원석(동아) 장진호(진로) 회장 정태수(한보) 총회장 등은 물론이고 집행유예를 받은 이건희(삼성) 회장 등 나머지 총수들도 「비자금 악몽」에서 쉽사리 헤어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실형을 선고받은 총수들의 경우 구속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항소를 하는등 법절차를 계속 밟아야 한다. 이들은 또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를 받지 못하면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관련그룹들은 이미 사건초기 총수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받는 장면이 국내외에 소개되면서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었다. 정부 못지않게 외교 최일선에 나서고 있는 그룹총수들이 외국원수들과 만나기 전 이를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고, 해외출장시에는 담당재판부와 일일이 사전상의해야 했다. 특히 해외수주활동에서 경쟁기업들이 뇌물기업이라는 악성루머를 퍼뜨리는 바람에 곤혹을 치른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번에 실형을 선고받은 총수 대부분이 활발한 대외활동을 벌여왔던 터여서 대외활동 위축에 따른 기업손실 역시 가늠할 수 없는 정도라고 관련기업들은 주장하고 있다.
재판부도 선고에 앞서 『기업활동에 장애가 있더라도 경제를 볼모로 언제까지 관대한 처분을 할 수 없다』고 언급, 이 점을 인정했다.
물론 실형선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은 대통령선거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93년 11월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받았으나 고령 등을 이유로 법정구속되지는 않았다. 다음해 7월 2심에서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받았고 95년 8월 상고를 포기하면서 정부의 사면을 받았다. 결국 구속은 피했지만 2년여동안 이 사건에 매여있을 수밖에 없었다.
총수들이 노씨에게 건넨 돈이 뇌물로 인정된 것도 재계는 물론 정계로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림그룹 이준용 회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총수들이 결심공판때 『노씨에게 준 돈은 뇌물이 아니라 과거 관행에 따른 정치성금』이라고 강변했고, 한 총수는 『내가 왜 이 자리에 서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할 만큼 이 사건을 대하는 재계의 기본입장은 유감스럽다는 것.
하지만 재판부는 총수들이 노씨에게 건넨 돈을 뇌물로 못박았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정경유착의 고리를 차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적어도 정치권의 요구에 「노」라고 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겼으며, 이는 향후 각종 대형 국책사업자 선정과정에서 공정경쟁의 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아무튼 재계는 최근 수출부진 경기침제 등과 맞물려 이번 선고내용이 경제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점에 주목, 정부의 선처를 기대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제는 수출부진 등 경제불황을 타개할 수 있도록 경제계를 중심으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관련총수들은 경제활동에 전념할 것으로 예상되나 「실형」이라는 무게는 경제계에 큰 그늘을 드리울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정희경 기자>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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