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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산·조성기 연애소설 나란히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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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산·조성기 연애소설 나란히 출간

입력
1996.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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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중견이 들려주는 아픈 사랑 이야기/비극적 결말맞는 「순수한 사랑」 다뤄중견소설가 한수산 조성기씨가 「사랑」을 주제로 한 장편소설을 나란히 펴냈다. 「부초」와 「라하트하헤렙」으로 공히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고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지침없이 창작에 몰입하는 두 사람은 이번 작품에서 남녀 사이에 피어나는 우리시대 사랑의 모습을 투명하게 드러내 보인다. 절대적이거나 순수한 사랑마저 지독하거나, 치명적인 것으로 밖에 표현될 수 없는 시대에 그들은 사랑으로 가슴아파하는 사람의 쓸쓸하고 비극적인 초상을 보여준다.

한씨가 「문학사상」에 연재를 마치고 묶어낸 「사랑의 이름으로」(문학사상사간)는 사제의 슬픈 사랑이야기이다. 작가는 사랑에 대한 고전적이면서 근본적인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근친애 동성애를 변태라고만 딱지붙이면 그만인가. 누가 사랑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구분할 수 있는가. 사회의 통념을 벗어나 비극으로 끝날 수 밖에 없었던 남녀의 사랑이 감수성 넘치는 문장에 실려 애틋하게 펼쳐진다.

유복자인 형민은 불륜의 사랑 끝에 어머니마저 자살하자 홀로 사는 고모에게 맡겨진다. 고독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고교에 들어가 사춘기의 진통을 겪다가 어느날 강가에서 신애라는 연상의 여자를 만나게 된다. 뒷날 신애가 형민의 학교에 미술교사로 오면서 두 사람은 스승과 제자 사이의 벽을 넘어 이성간의 열정을 불태우게 된다. 운명적인 사랑은 불륜으로 지목받고 온갖 폭력과 강압이 더해진다. 학교에서 쫓겨난 신애는 스스로 죽음의 길을 택하고 고통을 견디지 못한 형민은 정신병자가 된다. 퇴원한 뒤 연인의 무덤을 찾아 목숨을 끊으려 하던 형민이 비슷한 처지의 여자를 만나면서 지순한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는 과정이 회상의 형식을 빌려 전개되고 있다.

조씨는 「너에게 닿고 싶다」(세계사간·전 2권)에서 미스터리 형식으로 섹스와 사랑을 별개로 여기는 세태, 그 한편으로 순수한 성을 갈망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담아 냈다. 유명소설가가 그의 옛 사랑이었던 여인에게 막대한 저작권을 상속하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젊은 시절 스캔들과 방탕한 생활을 했지만 어린 시절 만나 지순한 관계를 맺어온 여자에 대한 그리움을 버리지 못하는 소설가, 그의 연애행각에 상처입은 한 남자가 치밀하게 계획한 죽음의 복수극이 작품을 이끌어 간다.

소설가의 죽음과 주변 인물의 납치사건을 하나하나 풀어가면서 작가는 『간음한 여인을 돌로 치려는 무리에게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면서, 그 여인에게는 「다시는 죄를 짓지 마라」고 속삭인 예수의 두 모습 사이에 놓인 팽팽한 긴장을 새겨보았다』고 이야기했다. 문화일보에 연재했던 글을 다듬어 냈다.<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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