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이 숨죽인 역사의 단죄 “사형”/염주 돌리던 손도 멈춰/형량 크게 줄어든 노씨도 침묵/피고인 대부분 눈감은채 「대죄」26일 낮 12시 정각. 12·12 및 5·18 사건 1심 선고공판이 열린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 2시간여에 걸친 김영일 부장판사의 판결이유설명문 낭독이 끝나자 선고가 시작됐다.
역사적 순간을 의식한 듯 김부장판사는 잠시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법정에는 터질듯한 긴장감만이 무겁게 내려 앉았다. 피고인들은 자세를 바로 잡았다.
판결문을 다시 한번 확인한 김부장판사의 눈이 일순 전두환 피고인을 향했다. 재판시작 이후 내내 눈을 감고 염주를 만지고 있던 전피고인도 김부장판사의 얼굴을 응시했다.
『전두환 피고인 사형, 노태우 피고인 징역 22년6월』
전씨는 염주를 돌리던 손짓을 멈추었다. 잠시 움찔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곧 눈을 감고 자세를 가다듬었다.
공판내내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던 노씨는 구형량보다 크게 줄어든 형이 선고되자 몸을 약간 움직였다. 그러나 곧 아무런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노피고인과 전피고인이 구속된지 각각 9개월과 8개월, 이 사건의 첫 공판이 시작된지 5개월 만에 재판부의 첫 사법적 심판은 이렇게 끝이 났다.
이날 방청석과 전국민의 눈과 귀는 김부장판사에게 집중됐다. 대법정에는 3백40여석에 이르는 방청석은 물론 법정복도까지 발디딜 틈이 없이 가득찼다. 김부장판사가 피고인들을 착석시키고 특유의 무덤덤한 목소리로 1시간50분여에 걸쳐 판결이유설명문과 피고인별 양형이유를 낭독했다.
『피고인은 12·12와 5·17, 5·18사건을 일으켜 군내부의 질서를 파괴하고 헌법질서를 문란케 함으로써 우리 헌정사를 크게 주름지게 하고 결국 대통령이 됨으로써 이를 지켜본 국민들에게 법질서가 파괴되고 무시되어도 막강한 무력이나 권력 앞에서 무력감과 좌절감을 갖게 했다』
피고인 16명은 의자에 깊숙이 등을 대고 앉아 대부분 눈을 감고 2시간여동안 자신들의 범죄에 대한 재판부의 판결을 들었다.
낮 12시15분. 전피고인은 피고인석에서 일어서며 노피고인을 비롯한 다른 피고인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었다. 노피고인은 잠시 재판부를 응시하다 일어서 전피고인이 권하는 악수를 나눈 뒤 무표정하게 퇴정했다.<송용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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