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97년도의 일반회계와 재정투융자특별회계를 합친 예산규모를 올해(63조원)보다 약 14% 늘어난 72조원으로 잠정책정하고 당·정협의에 회부했다. 올해의 전년대비 예산증가율이 14.8%였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올해보다 경기둔화가 심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97년도로서는 세수확보가 낙관되지 않는 팽창예산이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정부가 예산편성의 지침으로 삼은 내년도 경제전망치 실질경제성장률 6.5∼7%, GNP 디플레이터(물가상승률) 4∼4.5%도 상당히 낙관적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우리나라 예산이 전통적으로 경기에 비교적 둔감한채 성장지향의 팽창성향을 나타내 왔던 특성을 이번에도 드러냈다고 하겠다. 세수확보를 위해서 음성세원의 적발, 새로운 세원의 발굴이 필요하고 이에 따라 세법의 개선과 세정의 강화가 요구된다 하겠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운용중점사항으로 정부지출억제, 산업경쟁력배양, 기존정책사업(교육·농어촌구조개선·농특세사업)의 일관성유지 등을 내세운 것은 물론 나름대로의 타당성을 갖고 있다 하겠다.
그러나 부분적으로 불합리하거나 단순한 슬로건에 그치고 있는 것도 없지 않다.
정부가 과소비를 억제하고 저축률을 증대시키기 위해 솔선수범한다는 취지에서 일반행정비 5%범위내 억제, 일반공무원의 총정원 동결, 업무추진비동결 등 내핍조처를 취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공공요금의 동결기조를 견지하겠다는 것 등은 새삼스럽게 들린다.
한편 산업경쟁력 강화를 뒷받침하기 위해 경부고속철도, 인천(영종도)국제공항, 가덕도, 광양·아산항 등 사회간접자본(SOC)투자에 우선을 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특히 경부고속철도 등 5대 국책사업에 역점을 둔 것은 물류비용의 절감필요성을 반영한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도로건설 사업 등에서는 경제적 효율보다는 나눠먹기식 민원사업의 성격을 여전히 탈피치 못했다. 정부의 사업도 이제는 다시 경제성에 비중을 둬야 한다.
정부가 강조해 왔던 중소기업 부문은 올해보다 지원이 크게 신장하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의 주요 자금원인 신용보증기관 출연금이 5천억원으로 올해와 같고 기술개발 지원자금은 5천1백억원에서 6천4백억원으로 약 25%가 증가한 것으로 돼 있다. 과학기술 분야는 경쟁력 배양을 위해 획기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하나 정책적 배려가 주어지지 않았다.
국방비는 남북한대치 등 특수한 안보상황과 군시설개선·복지개선의 필요성 등에 비추어 획기적 증액이 강조됐지만 12%증가에 그쳐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복지·환경부문도 현안문제가 많으나 특별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정부는 예산편성에 시대가 요구하는 정책적 우선 순위를 반영해야 한다. 환경·복지 등 삶의 질 개선분야에 보다 역점을 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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