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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증거따라 투명하게 재판”/입조심·몸조심 9개월 세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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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증거따라 투명하게 재판”/입조심·몸조심 9개월 세 판사

입력
1996.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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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실형 정경유착 고리끊기 의지 담겨”/체중 10㎏준 재판장 “마음이 몹시 무겁다”12·12 및 5·18 사건과 비자금 사건 재판부인 김영일 부장판사(재판장)와 김용섭 판사, 황상현 판사 등 서울지법 형사합의30부 법관 3명에게 지난 여름은 아마도 평생 가장 길었던 여름으로 남을 것이다.

지난 9개월간은 세 판사에게 「입조심, 몸조심」의 나날이었다. 김부장판사는 괜한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집안의 대소사는 물론 각종 모임 참석을 자제하며 칩거했다. 그는 얼마전 『가뜩이나 빈약한 몸인데 재판을 맡은 이후 체중이 10㎏이나 더 빠져 비참할 지경』이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우배석 김판사는 서울지법 배석판사 중 최연장자. 그는 주심판사로서 판결문을 도맡아 작성하며 재판장을 보조하는데만 전념해 왔다.

차분하고 꼼꼼한 성격의 좌배석 황판사는 피부알레르기로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사건기록을 평소 스타일대로 한자한자 숙독하는 등 힘든 여름을 보냈다.

재판장인 김부장판사는 이날 선고공판을 끝낸 후 『법과 증거에 따라 투명하게 재판했다』는 말로 소회를 대신했다.

―소감은.

『상상하기 어려운 전대미문의 사건이었다. 이사건 자체가 정치적 사건이라고 하지만 사법적 판단을 받기 위해 법원에 온 이상 재판부는 법적인 측면에서 어떻게 해야 할 지 깊이 연구하고 판단했다』

―일부 피고인에게 내란목적살인혐의를 무죄판결한 것과 관련, 5·18특별법의 제정취지와 어긋난다는 비판이 있는데.

『5·18특별법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지배하는 것은 아니다. 기록을 면밀히 검토했지만 피고인의 죄를 인정할 만큼 증거가 추려져 있지 않았다. 재판은 누구를 달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전·노씨의 집권과정 차별성이 정상참작 사유로 인정됐는가.

『그렇다. 전씨는 집권과정이 정당하지 못했지만 노씨는 선거를 통해 집권해 정상을 참작했다』

―상당수 재벌총수들에게 실형을 선고한 기준과 이유는.

『액수와 돈의 성격 등에 초점을 맞춰 일부는 단서(집행유예)를 붙여 구제하고 나머지는 단서를 붙이지 않았다. 이번 만큼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보자는 의지가 담겨 있다』

―재벌회장들을 법정구속하지 않은 이유는.

『원칙적으로 도망갈 우려가 없겠죠(웃음) 다들 끊임없이 활동을 해야할 사람들인데…』

―건강은 어떤가.

『많이 좋지 않다. 변론종결 후 3주간 매주하던 등산도 하지 못했다. 성당은 매주 갔고 어제도 갔다 왔다. 안가면 고해성사를 해야한다(웃음)』

―전직대통령에게 사형을 선고했는데 기분은.

『마음이 몹시 무겁다』<이태희·현상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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