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딸 타치아나(타냐)가 크렘린의 막후 실세로 등장할 전망이다. 크렘린은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의 딸의 경우를 본떠 타냐를 크렘린에 입성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시라크의 딸은 지난해 대선과정에서 아버지의 연설문을 작성하고 헤어스타일과 넥타이, 손수건 선택을 조언하는 「이미지 메이커」로 크게 활약한 공을 인정받아 행정부내에 일자리를 얻었다. 타냐 역시 옐친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기획하면서 유세현장에서는 「이미지 메이커」로도 활약, 아버지의 재선에 기여한 「숨은 주역」으로 꼽히고 있다.
타냐의 크렘린 입성은 아나톨리 추바이스 크렘린 행정실장의 아이디어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장기적인 국가전략을 총괄 기획하는 크렘린내 「싱크 탱크」를 타냐에게 맡기는 방식으로 국정에 참여시킬 계획이다. 싱크 탱크는 선거대책본부의 두뇌들이던 그리고리 사타로프 보좌관을 비롯, 세르게이 샤흐라이 전부총리, 비야체슬라프 니코노프, 바실리 샤흐노프스키등 옐친의 측근들로 구성되는데 이미 두번이나 비밀회합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싱크 탱크는 아직 공식 출범하지는 않았으나 밑그림은 거의 그려진 상태. 이들은 무보수의 자원봉사자 형식으로 근무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타냐는 또 대선때와 마찬가지로 아버지의 모든 일정을 조정하는 대통령 제1보좌관의 임무도 아울러 맡게 될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 역할을 유리 야로프 크렘린 행정부실장과 분담할 예정이나 「아버지와 딸」이라는 혈육관계를 바탕으로 엄청난 「여성파워」를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타냐는 이미 알렉산데르 코르자코프 전 경호실장 등 「크렘린 3인방」축출과 옐친 대통령의 휴양소 요양 결단등을 관철시킨 바 있다. 일부 관측통들은 이같은 사실을 들어 그가 크렘린에 입성하면 대통령에게 커다란 영향력을 미치는 「막후 실세」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모스크바=이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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