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영상·문제의식 실종… “미 패권주의” 시각도「화이트 스콜」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리들리 스콧감독의 작품이다. 미술을 전공했고 CF감독 출신인 그는 화려한 이미지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그의 영화는 장르와 시공을 넘나들면서 작가정신과 대중성을 성공적으로 결합한다.
스콧감독은 역동적인 카메라 움직임과 편집 조명의 활용 표현력이 강한 세트의 사용으로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의 주제에는 두개의 축이 있다. 하나는 과학문명에 의해 오히려 황폐해져가는 인간에 대한 관심이며, 다른 하나는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상에 대한 반성이다.
2019년 LA를 배경으로 한 「블레이드 러너」는 놀라운 기술진보와 쓰레기처럼 폐기처분되는 인간 군상을 묘사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징후인 분열과 모호함이 혼재된 풍경은 암울한 미래에 대한 전망을 보여준다. SF와 공포를 결합하고 페미니즘적 시각까지 더한 「에일리언」에서는 여성전사가 등장한다. 로드무비 「델마와 루이스」는 여성에 대한 잘못된 관습을 본격적으로 환기시킨다.
현실의 닫힌 세계에서 미지의 열린 세계로의 탈출과 탐험을 그려온 스콧감독의 경향은 「화이트 스콜」에서도 이어진다. 영화는 해양학교의 선장과 소년들이 알바트로스호라는 범선을 타고 서인도제도와 남아프리카를 항해하는 긴 여정을 담고 있다.
다양해 보이긴 하지만 미성숙한 개성을 지닌 소년들은 항해 동안의 극한적 경험을 통해 공동체 의식과 동료에 대한 사랑을 깊이 인식하게 된다. 감상적 분위기로 이끌어 가지만 스콧감독이 갖고 있었던 감각적인 영상과 첨예한 문제의식이 실종되어 있는 듯하다.
쿠바와 미국의 갈등이 심했던 1960년, 바다에서 만난 쿠바 군인들의 위협에 선장이 의연하게 대처하는가 하면, 마지막 부분에서 자막을 통해 선장과 소년들이 평화봉사단과 군인으로 베트남에 가게 됐다고 전한다.
할리우드영화의 전형적인 미국 패권주의 시각과 낭만적 영웅만들기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세계질서와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비판적 질문을 통해 진보적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던 스콧 감독의 당혹스런 변신이다.<편장완 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편장완>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