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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와의 휴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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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와의 휴가(사설)

입력
1996.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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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가 지나면서 더위도 한풀 꺾였다. 물러나는 무더위와 함께 피서객들이 빠져나간 후 남은 것은 온통 쓰레기 뿐이다. 해수욕장 캠핑장 계곡은 물론 백두산 천지 독도까지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다는 보도다. 우리의 시민의식은 왜 갈수록 이 모양인지 우리 모두, 특히 피서대열에 참여했던 모든 사람들은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올해는 더위가 늦게 찾아와 피서객이 작년보다 줄었다. 묘하게도 쓰레기는 오히려 늘어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양의 증가와 함께 쓰레기 불법투기도 어느 해보다도 성행했다. 피서기간에 적발된 불법투기 행위가 지난해 9백85건의 4배가 넘는 4천2백45건에 달한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 준다.

그나마 쓰레기를 눈에 띄는 곳에 버리면 다행이다. 모래 속에 파묻거나 바위틈에 감추고 떠났다. 청소하기만 더 어렵다. 묻거나 감춘 쓰레기가 썩어 바다나 계곡을 오염시킬 것은 뻔한 일이다. 쓰레기 속에 양심을 버리고 간 피서객들도 내년엔 뻔뻔스럽게도 깨끗한 곳을 찾아 피서를 떠날 것이다.

현재 우리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종량제를 실시하고 쓰레기 재활용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피서지에선 이같은 우리의 노력이 완전히 실종됐다. 종량제봉투 사용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물품을 아끼는 정신까지 찾아볼 수 없었다. 멀쩡한 코펠은 물론 텐트까지 팽개치고 떠났다.

우리는 툭하면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를 말한다. 피서지의 쓰레기를 보면 아직도 멀었다. 시민의식이 거꾸로 가고 있다. 소득이 높아지면 시민의식도 높아져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우리는 자기만 아는 이기주의만 강해지고 공공의식은 돈 속에 파묻혀 버렸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매년 되풀이되는 이같은 현상은 모두 교육 부재가 몰고 온 결과다. 황금만능주의와 점수위주의 교육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선 시민교육은 발을 붙일 틈이 없다. 누구를 탓하기 보다는 우리 모두가 주위를 돌아보고 자신을 추스르는 환경운동을 이 순간부터 시작해야 한다.

무엇보다 피서지, 야외에서의 음식먹기를 제한해야 한다. 쓰레기는 음식과 불가분의 관계다. 특히 대중이 몰리는 공공장소에서의 지나친 음주도 문제다. 무엇보다 자기 쓰레기는 자기가 가지고 돌아간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계몽활동을 철저히 하고 어려서부터 시민의식은 물론 환경의식을 키우는 교육을 보다 조직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쓰레기 무단투기나 환경오염 행위에 대한 벌칙도 강화해 그 결과에 대해 국민 스스로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산하를 더럽히면 그 결과는 바로 우리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거창한 환경의식 이전에 내년에 다시 와야 할 피서지를 악취나는 「쓰레기 강산」이 되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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