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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총련사건의 치유책(남북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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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총련사건의 치유책(남북회랑)

입력
1996.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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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대학의 야스다강당이 좌익학생들에 의해 불탄 것은 1969년이었다. 당시 학생들은 미일 안보조약에 반대하면서 경찰과 맹렬한 충돌을 벌였다. 모택동사상이나 김일성 공산주의를 오랫동안 흠모해 오면서 무엇이든 꼬투리만 있으면 기성세대에 대한 불을 던질 준비가 돼있던 대학생들은 미일안보조약의 어디가 잘못됐는가를 따지고 설명할 겨를도 없이 무조건 폭력시위로 나갔던 것이다.20년쯤 뒤인 80년초까지 야스다강당은 불탄 그대로 서있었다. 책·걸상들은 복구가 돼 있었지만 깨어진 창문이나 불탄 강당의 시꺼먼 벽은 그대로 방치돼 있어 이것이 훈장으로 남아있는 것인지 아니면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의 모습인지의 궁금증을 안게 했었다.

서독에서 벌어졌던 60년중반의 좌경학생데모도 엄청난 것이었다.거의 신성불가침의 권위를 가진 대학교수를 옷을 찢어 학교밖으로 쫓아내고 거대한 데모대열을 이뤄 베를린거리를 누비면서 피땀흘려 가꿔놓은 서독자본주의와 이를 가꾼 부모세대들을 마구 짓밟았다. 학생영웅들도 기라성처럼 태어났었다. 독일의 좌경학생데모는 프랑크푸르트학파라는 전후 최대의 이데올로기학파를 정착시켰다. 하버마스, 오페와 같은 이들 프랑크푸르트학파는 서독좌파급진학생운동의 사상의 샘이기도 했지만 좌파학생데모로 사회갈등이론을 완성하여 일약 세계적인 이데올로기학파로 명성을 날리게 됐던 것이다. 이들은 마르크스―레닌의 계급갈등론은 배제하지만 경제발전과 더불어 생성되는 소외계층의 갈등문제를 풀지 않으면 사회안정이 없다는 이론을 정립해 20세기 사회학의 금자탑을 세웠던 것이다.

서독정부는 많은 갈등해소정책을 폈다. 대신 일본 좌경학생들이 일본 자본주의에 던진 불은 자본주의를 더 성장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경제발전이 계속되면 어린학생들의 주장이 잘못된 것이 밝혀질 것이고 또 경제발전을 더해야 비판여론을 보다 폭넓게 수용할 수 있다는 논리아래 경제성장세대들은 더 열심히 일했다. 일본은 70년대에 들어서면서 벌써 전체국민소득면에서 소련을 앞질러 미국을 바짝 쫓는 세계제2위의 경제대국이 됐다.

연세대 한총련시위는 동원된 학생수에 있어서나 휘두른 폭력정도에서 야스다강당사건이나 서독좌파시위를 훨씬 앞선다. 11일부터 20일까지의 대모기간중 경찰에 체포된 학생만도 5,499명이나 되며 그중 구속된 학생이 462명이다. 한 대학생출신의 경찰이 죽었다. 사건자체는 법으로 처리되고 있는 중이지만 절대로 이 사건을 보고 넘기는 사건으로 던져버려서는 안된다. 이 사건은 분명히 북한의 행위와 연관돼 있다. 독일처럼 이데올로기학문을 발전시키고 일본처럼 경제성장 속도를 더하는 계기가 돼야 하는데 거기에는 북한선전을 고립시키는 정책이 먼저 있지 않으면 안된다.

북한이란 존재가 뭔가. 세계 어느 역사에도 없는 김일성가족 폭력정치, 인민을 개나 돼지처럼 묶어놓고 있는 몰인간적 독재정권이 아닌가. 그런데도 이들은 매일 같이 한국을 식민지, 창녀촌, 빈민이 우글거리는 곳, 정의가 없는 곳이라고 비판하고 대통령을 「살인자」 「공모자」 「괴수」라고 공식언론기관을 통해 욕하고 있다. 한국정부는 묵묵부답의 자세로 남아왔다. 미국정부는 이 내용들을 매일 영어로 번역해 주요기관에 배포하고 있는데 한국의 공보처는 이런 일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무런 언급도 없다.

학생들이 왜 이런 북한언론에 노출되지 않겠는가. 한국정부는 겨우 「대화를 하자」「경제원조를 하겠다」라는 말밖에 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북한선전에 대응해 북한이 비인간적 사회라는 것을 분명히 선언한 후 대북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자유가 크면 클수록 그 자유를 지키는 대가는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정일화 편집위원 겸 통일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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