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입력
1996.08.26 00:00
0 0

지난 5일 밤 포항에 사는 이정선씨는 차도에 앉아 있다가 트럭에 치여 숨졌다. 1주일 전 아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택시와 충돌해 죽은 바로 그곳이었다. 어머니 이씨의 가슴에는 숨진 아들의 영정이 안겨 있었다고 사건현장 보도들은 전했다. ◆82년 영국과 아르헨티나 간에 포클랜드섬 영유권을 놓고 전쟁이 벌어졌다. 아르헨티나가 자랑하던 대형 순양함 헤네랄 벨그라노호도 당당히 참전했지만, 초전에서 영국 최신형 원자력잠수함의 어뢰에 격침돼 승무원 3백여명이 몰사했다. 그 때 전사한 줄로 알았던 이 배의 해군사병 가운데 한명이 최근 살아서 돌아왔다. ◆병사의 어머니는 아들의 죽음을 믿을 수 없었다. 군 당국으로부터 사망통지를 받았지만 어딘가 꼭 살아 있을 것만 같았다. 그때부터 어머니의 고행은 시작됐다. 눈물겨운 노력은 14년만에 기적을 이루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근처의 한 병원에서 마침내 아들을 찾아낸 것이다. 그러나 그의 입에서는 「어머니」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는 전투 당시의 충격으로 극심한 실어증에 걸려 있었다. ◆체첸전투에 투입된 러시아군 병사들은 살아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날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한다. 남루한 작업복에 플라스틱 신발을 걸친 병사들의 불안한 눈길에서는 대국 러시아군의 일원이라는 자부나 충성심은 흔적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현지 보도다. 기약 없는 전쟁에 징집돼 허무하게 죽는다는 것은 병사에게나 그 부모에게나 참을 수 없는 일이다. ◆소련이 망한 것이 실은 아프가니스탄전쟁 때문이었다는 역사가의 분석도 있다.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을 명분없는 전쟁에 잃은 어머니들의 분노가 사회불안으로 쌓이고 그것이 공산당의 몰락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폭력시위로 수많은 경찰과 학생을 사상케 한 한총련이 이 어머니들의 분노를 이해할까 모르겠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