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벌어지고 있는 국립환경연구원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간의 여천공단의 오염실태에 관한 측정치의 신뢰도 논쟁을 보고 국민들은 어느 쪽이 맞는지 혼란스럽고 불안하다.어느쪽이 맞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둘다 맞을 수도 있고 둘다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오염측정 과정이나 방법, 자료분석, 그리고 샘플채취 및 보관등 상이한 측정여건하에서 산출된 결과를 비교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다. 중금속 등 극미량의 오염분석 대상물질을 측정하는 작업은 매우 어렵고 여러 단계에서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오염도 측정은 샘플채취 여건이나 작업자의 숙련도 및 전문성, 자료의 수정 등 많은 과정에서 주의를 요하는 정밀작업이다.
공동의 잣대가 없는 상황에서 서로 다른 과정과 테크닉이 적용된 결과를 비교하기란 여러가지 면에서 부적절하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 제공자는 다름아닌 정부다. 운동경기를 하기 전에 게임의 규칙을 정하지 않고 경기가 끝난 후에 서로 점수 산출이 달라 옥신각신하도록 만든 꼴이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논란을 오래전 경험한 미국 등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전에 측정방법에 대한 세밀한 규칙을 정해 사후 신뢰성 논쟁에 대비하고 있다. 「공용화하고 문서화한 데이터의 질」(Known And Documented Data Quality)을 정부가 국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공동으로 사용되는 방법과 세밀한 측정과정이 표준화한 방법으로 기록된 문서가 있을 때 서로의 공동잣대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표준운용과정(SOP:Standard Operating Procedure)을 각 측정물질별로 미리 정해놓고, 허용된 방법 이외에는 아무리 우수한 첨단장비를 도입해 산출된 결과라 하더라도 법적 효력을 갖지 못한다.
환경규제의 강화는 객관화한 측정제도의 구축없이는 불가능하며 많은 환경분쟁이나 국제무역과 환경의 연계에 대비해서도 공용화하고 문서화한 데이터의 질 관리는 정부가 국가경쟁력의 차원에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분야다.<곽일천 교수 경원대 지역개발학과>곽일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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