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성”으로 부활한 화서문/잔디밭 메운 관객들 야외공연 묘미 만끽성은 환상 속에 되살아났다. 수원의 밤하늘엔 신화가 울려 퍼졌다. 수원성국제연극제가 개막된 23일 수원성 화서문. 600대의 조명기와 음향장치, 낮은 무대. 그 앞 잔디밭엔 한두 시간 전부터 시민들이 자리를 펴고 앉았다. 공연시간인 하오 7시30분이 가깝자 1,000여명이 잔디밭을 메웠다.
개막무대는 야외공연의 이색적인 경험과 열기가 충만했다. 화서문의 붉은 나무대문을 열어 젖히자 눈부신 푸른 빛 속에 여인들이 나타났다. 붉은 우산을 들고 느리게 움직이며 내지르는 외마디소리는 살이 떨릴 정도였다.
이미 두 번의 내한공연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재일동포 중심의 천막극단 신주쿠(신숙)양산박이었다. 이들의 「내 사랑 메디아」는 성문 2층과 성곽, 바람에 흩날리는 종이, 감상적인 노래와 대조적인 조명등을 활용해 인상적인 이미지를 형성했다. 그러나 재일동포의 파란의 삶을 짐작할 수 있을 뿐 언어의 장벽 때문에 다층적인 상징을 알아채기는 힘들었다.
앞서 공연된 중국 길림(지린)성경극단의 경극은 일대 무술잔치였다. 화려한 의상의 배우들은 봉 위에 봉을 세우고, 손가락 위에서 창을 돌리고, 깃발 위로 재주를 넘는등 바람을 갈랐다. 이들은 「서유기」등 대사가 적은 세 대목을 선보였다.
일본 마이미스트 오쿠타는 팬터마임과 마술, 비누방울묘기등으로 어린이들을 꿈의 나라로 인도했다. 비를 머금은 바람이 쌀쌀했지만 공연이 끝난 밤 11시까지 관객들은 움직임이 없었다. 수원시민들과 서울 인천 의정부 분당등지에서 온 시민, 연극인들이었다.
연극제는 미국 오마하 매직시어터, 러시아 유고자파드, 한국의 극단 성의 공연 후 25일 폐막됐다. 몇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내놓은 시민들의 후원금이 4,000여만원, 자원봉사 등록자가 105명, 무대 앞 2층건물 옥상에 천막을 친 행사진행본부. 허술하지만 대견스럽게 연극제는 치러졌다.
김성열 집행위원장(극단 성 대표)은 『국제야외연극제를 국내 최초로 연다는 자긍심으로 난관을 이겨냈다』며 『지방연극 정체의 돌파구로 큰 자극이 됐을 것』이라고 자평했다.<수원=김희원 기자>수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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