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800 붕괴 재기하려는 마음이 중요말로는 지수 800붕괴를 예견했으면서도 사실 그 예견이 틀리기를 바랐던 것이 모두의 심정이었다. 그러나 막상 현실로 나타나고 보니 허탈할 따름이다. 88년 5월에 처음으로 지수 700대에 돌입했었다. 지금 역사의 심판을 받고 있는 6공시절이다. 당시에는 국민소득이 5,000달러도 안되던 때였고 서울올림픽도 열리기전이었으니 아직 세계화라는 것은 생각도 못하던 시절이다.
그로부터 올림픽이 두번이나 더 열린 지금 우리는 또다시 700대 주가시대를 맞고 있다. 해외여행을 다니고 외제차를 타는 지금이지만 진정한 경제성적표인 주가는 이렇게 세상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 놓고 있다.
과연 무엇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을까 생각해보면 겉치레투성이의 우리경제가 가져온 업보가 아닌가 싶다. 세계화정책만 하더라도 방향은 옳았지만 제대로 내부의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급속히 추진돼 어느것 하나 제대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규제완화 등으로 모든 것을 시장구조에 맞게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랜 세월을 보호막속에서 고도성장에 길들여진 우리 체질로는 기업과 소비자가 각각 다르게 움직였다.
기업에서는 과잉투자가 있었고 소비쪽에서는 과소비 분위기만 낳았다. 이 결과는 국제수지 적자와 저축률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겉으로는 투자와 소비가 늘어나 경제성장은 성공한듯 보였으나 우리 경제는 거품투성이였음이 입증되고 있다.
주식투자자들은 그러나 성장률에만 이끌려 주가에 희망을 걸어왔다. 실제로 주가를 받쳐주는 것은 저축과 국제수지다. 그 지표가 지금 가장 나쁜 수준이니 주가가 견딜 수 없다. 이럴 때마다 해외자본에 의존해 주가를 살리고 투자를 일으키려는 시도는 결국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정부나 기업 가정이 모두 제몸에 맞는 옷을 찾아야 한다. 주가나 투자나 저축이 모두 그렇다. 이런 관점에서 외국인투자한도 확대를 호재로만 보려는 시각은 바람직하지 않다. 잠재성장률을 낮추려는 시도가 일고 있는 지금이 우리 경제가 실속을 차릴 수 있는 호기다. 외형에 집착하지 말고 내실을 키워야 한다. 만방에 국위를 떨치려는 한풀이식 외형성장이나 등수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증시에서도 공연한 헛바람만 집어넣는 재료중심의 투자를 자제해야 한다. 이는 증시전문가의 의도와는 달리 일반투자자에게 주식의 실제를 호도할 수 있다. 경제나 주가를 캠페인이나 축제마당으로 몰고가려는 개발연대식 의식구조에서 나온 발상일 뿐이다.
거꾸로 돌려진 시계에 대해 실망하기보다는 재기하려는 마음이 중요하다. 정부가 강조하는 고비용·저효율도 사실은 지난 80년대말에 해결하고 넘어왔어야 한다. 증시도 현재의 고통은 아프지만 제힘으로 일어나는 계기가 돼야 한다. 700대로 밀린 이번 증시는 정부의 인위적인 부양보다는 시장원리에 맞게 주가가 움직이는 전환점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아직까지 단기차익에 연연한다면 증시의 선진화는 요원하다. 한국증시는 장기저축으로 거듭나야 한다.<엄길청 아태경제연구소장>엄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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