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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총련과 일 「전공투」/최규식 국제1부장(데스크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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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총련과 일 「전공투」/최규식 국제1부장(데스크 진단)

입력
1996.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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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오 7시, 건물안에 있던 학생들이 어둠이 막 가신 밖을 응시하고 있었다. 건물 주변에는 경찰기동대 8천5백명이 포진해 있었다. 이윽고 학생들이 의자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친 건물로 기동대가 진입을 시도하자 옥상에서 돌과 화염병이 우박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경찰은 최루탄을 발사했고, 장갑차 살수차에 이어 헬리콥터까지 동원됐다. 30여시간의 공방이 끝난 다음날 하오 5시 농성중이던 학생 전원이 물에 흠뻑 젖은 모습으로 끌려 나왔다. 건물벽 곳곳이 화염으로 그을렸고 내부는 심하게 파괴돼 있었다」한총련 학생들의 연세대 농성사태의 전말이 아니다. 69년 1월 18∼19일에 있었던 일본경찰의 도쿄(동경)대 혼고(본향)캠퍼스 야스다(안전)강당 점거학생 진압 장면이다. 학사 개혁을 주장하는 도쿄대 전공투 학생들의 강당 점거는 전해 6월에 시작됐고 진압작전후 경찰에 체포된 6백여명 대부분이 기소됐다.

주장내용이 다를 뿐 외형상으로는 신통하게도 두 사건이 비슷해 보인다. 그래서인지 한총련 학생들의 연세대 농성이 계속되는 동안 전공투 사건의 재판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사태 진압 후 검찰이 사건처리에 전공투 사태를 참조할 것이란 예상도 있었다. 여기에는 일말의 기대도 섞였을 것이다.

전공투 사건 후 일본의 학생운동은 종말을 고했다. 국민들로부터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외면당한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이번 연세대 사태도 국민들의 심한 분노를 샀으니 한총련은 와해되고 그들이 주도하는 시위사태도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올 수 있었다. 연세대 종합관을 야스다 강당처럼 파손된 모습 그대로 영구보존할 것을 검토한다는 소리도 이런 분위기에서 나온 듯하다. 야스다 강당은 그대로 방치됐다가 21년만인 90년 복원됐다.

과연 그럴까. 이런 의문이 드는 것은 이번 사태를 벌이고, 휩쓸린 학생들을 두둔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 구호와 주장의 허구성과 비현실성, 행동의 폭력성과 무책임성은 대다수 국민들에게 환멸을 던졌을 뿐이다.

그러나 한총련이나 이름만 바뀐 또 다른 조직에 의한 폭력시위가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걱정이 떠나지 않는다. 우리가 과연 이번 사태의 배경과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있느냐는 노파심 때문이다.

국민모두가 한목소리로 『나쁜 녀석들』 이라며 분노하고 침통해 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아니다. 한총련 지도부가 북한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되뇌는 것이 확실한 데, 어째서 많은 학생들이 「단 한번의 MT 로」 쉽사리 동조하게 되는 것인지 진지하게 알아 보아야 한다. 한 외국언론은 학생시위의 원인으로 어린학생들을 과다한 경쟁으로 내모는 이상 교육열기에 따른 인간관계의 상실을 들었다. 그냥 넘길 지적이 아니다. 한 대학교수는 학생운동 주도세력이 나중에 너도 나도 금배지를 다는 현상을 개탄했다. 기성세대와 정치권과 학원이 자문, 자성해 볼 일이 어디 한 둘이겠는가.

성인이 다 된 학생들의 잘못을 결코 덮어둘 수는 없다. 위법에는 당연히 처벌이 따라야 한다. 격리해야 할 세력은 그렇게 해야 한다. 그렇지만 사회전체가 함께 책임을 느끼는 분위기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사태장기화에 대한 우려와 비난 여론을 확인하고는 대뜸 「총기사용 불사」를 외치는 식의 대책으로는 사태 재발을 막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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