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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파네스 「리시스트라테」(고전여행: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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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파네스 「리시스트라테」(고전여행:68)

입력
1996.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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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아테네의 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BC448∼380년)는 당시 주류극이었던 비극에 맞서 희극을 창작했다. 그는 평소 억눌렸던 폭력성 저속성 성욕 등을 풍자의 형태로 무대 위에 분출시켜 체제라는 감옥에 갖혀 사는 사람들에게 해방감을 주었다. 이 때문에 고귀함에 집착하는 지배층은 그에 대해 지극히 부정적이었던 반면 대중의 사랑은 항상 그의 곁에 있었다.희곡 「리시스트라테」는 아리스토파네스 풍자희극 가운데서도 가장 뛰어난 작품이다. 「리시스트라테」가 풍자하는 것은 아테네의 패권주의와 전쟁에 대한 광신적 태도. 아테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 중 시칠리아 섬을 원정해 패배했다. 이 때문에 시민들 사이에는 반전무드가 고양돼 있었는데 이 글은 정확히 당시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반전이라는 초미의 관심사를, 그것도 성 외설 해악 등 대중적 기법으로 다룬 만큼 사람들은 이 작품에 열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아름다운 아테네 여인 리시. 그는 스파르타의 여인 람피트와 만나 남편들에 대한 섹스 스트라이크를 결의한다. 전쟁에만 미쳐 가정을 돌보지 않는 남편들에게 경종을 울리자는 취지였다.

리시는 아테네 여인들을 설득해 아크로폴리스 신전으로 데리고 들어간 뒤 자물쇠를 잠근다. 람피트도 스파르타에서 섹스 스트라이크를 주도한다.

아크로폴리스 신전에 들어간 지 사흘이 지나자 여인들은 성욕을 이기지 못하고 탈출을 시도한다. 리시는 이런 여자들을 설득해 스트라이크를 지속시킨다.

그러던 중 드디어 뮤리네의 남편 키네시아스가 신전을 찾아온다. 그러나 뮤리네는 남편을 곯려줄 만큼 곯려준 뒤 신전으로 다시 들어온다. 키네시아스는 아내를 설득하지 못하고 힘없이 혼자 집으로 돌아간다.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아테네와 스파르타는 마침내 강화조약을 체결한다. 이 과정에서 리시는 뛰어난 중재 솜씨를 보인다. 전쟁이 끝나자 남편들은 모두 아내를 찾아 신전으로 온다. 아내들은 남편들을 신전의 연회장으로 이끌고 모든 사람들은 기쁨 속에 노래한다.

「리시스트라테」는 줄거리에서 보듯 평화애호사상과 함께 남녀평등사상을 담고 있다. 주인공 리시는 남성들이 갖고 있는, 아니 어떤 측면에서 남성들이 전혀 갖지 못한 지도력 결단력 관대함 교양 등의 표상이다.

훗날 작가들은 그의 작품을 두고 『2,400년전에 쓰여졌지만 가장 현대적 주제인 반전과 여성해방을 가장 현대적인 기법인 패러디로 다뤘다』고 평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그의 풍자적 희극이 정치적 대안을 제시하기 보다는 일시적인 쾌락만 추구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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