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관계 양·질 모두 괄목 진전”/경협,민간 주도·정부 측면지원 단계로/등소평 사후에도 개혁·개방 지속될 것/교민 안전위해 중 동북지역 「영사보호 기구」 설치 노력24일로 수교 4주년을 맞은 한중관계는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기록했다. 그동안 양국 정상 및 지도자들은 상호방문을 통해 협력기반을 다지고 아태지역의 동반자 위치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종욱 주중대사를 만나 양국관계의 현황과 전망을 들어 보았다.
□대담=송대수 북경특파원
―수교 4주년을 맞은 현시점에서 한중관계 전반을 진단한다면.
『양국관계는 네살둥이로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양적으로 급성장했고 질적으로도 내실을 다졌습니다. 2월9일 3대 주중대사로 부임해 5일만에 강택민(장쩌민) 주석에 신임장을 제정한 것이 단적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말이 닷새지 그 사이 토·일요일이 끼어 있었으니까 3일만의 유례없이 신속한 신임장 제정이었지요.
또 주중 한국대사라면 중국정부 고위관리 누구와도 빠른 면담을 약속받을 수 있습니다. 사소한 것 같지만 양국관계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예입니다』
―양국 경제관계의 거품이 걷히고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중 민간부문 큰 성장
『중형여객기 합작개발 사업이 성사되지 못한 것을 두고 실망과 비난이 국내외에서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항공기 회담 무산이 양국 경제협력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양국 경제협력은 민간 주도의 새단계로 접어 들었습니다. 중국도 민간부문이 양적으로 크게 성장해 앞으로 양국 정부의 역할은 민간협력을 측면지원하는 수준에 그쳐야 합니다.
항공기와 자동차 고화질 (HD)TV, 전전자교환기(TDX) 사업은 잘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석유화학 에너지 원자력분야도 양국간 새로운 협력대상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 차세대 원전사업인 진산 3·4호기 건설에 한국중공업이 기자재 공급을 맡은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전문가로서 최고지도자 등소평(덩샤오핑) 사후 「중국식 사회주의」의 장래를 어떻게 전망합니까.
『대단히 민감한 사안이어서 사적인 견해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중국의 정치적 장래를 밝게 봅니다.
우선 등사후 지도체제 문제는 오랫동안의 준비를 통해 충분한 대책이 서 있습니다. 또 17년 동안의 실험에서 대성공을 거둔 등의 개혁·개방노선은 등사후에도 지속될 것입니다. 중국인민 대다수가 개혁·개방에 만족하고 있어 후퇴는 있을 수 없습니다. 한편으로 개혁·개방에 반대했던 사람들은 현재 견제력을 가진 위치에 있지 않고 대부분은 찬성쪽으로 돌아섰습니다.
등사후 강주석을 정점으로 한 현지도체제는 정치안정을 확보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내 개인적인 평가이기도 하지만 이곳에서 만나 본 중국관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최근들어 두드러진 중국측의 대북접근 움직임의 배경과 우리의 대책은 무엇입니까.
『조중상호원조조약 체결 35주년을 계기로 중국과 북한간에 관계복원 내지 개선 움직임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중국과 북한이 5, 10주년 등 꺾어지는 해에는 경축분위기를 높이는 것이 관례임을 이해해야 합니다. 올해도 35주년이어서 상호 경축분위기가 고조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북·중 관계개선 한계
그러나 다음 세가지를 잊어서는 안됩니다. 첫째 중국과 북한의 관계개선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중국은 대북경제원조에서 국제관행에 따라 경화결제를 요구하고 있으나 북한은 현금상환 능력이 없어 양측관계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또 동북아 국제관계가 북·중의 혈맹·순치관계 복원을 허용하는 여건이 아닙니다. 중국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당사자 해결 원칙을 견지하고 있어 북·중관계개선이 한반도에 긍정적 역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셋째로 이미 한중관계는 중국과 북한을 포함한 타국과의 관계에 따라 부침할 만큼 허약한 단계는 벗어나 있습니다』
―주재원과 관광객의 안전 대책은 무엇이며 동북지역 영사관 설치문제의 진척상황은 어떤지요.
『기아 기술연수원 박병현 원장 피살사건은 대단히 유감스런 일입니다. 정부와 주중대사관은 교민보호를 최우선으로 삼아 중국정부, 특히 동북지방 공안기관과의 협조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구조적 취약점이 존재하고 있어 사건재발을 근본적으로 막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안타깝습니다. 가장 아쉬운 것은 동북지역에 우리가 영사보호권을 행사할 공관이 없다는 점입니다. 동북지방 실정 때문에 쉽사리 결실을 맺기는 어려우나 중국정부와의 친밀한 대화를 통해 가장 이른 시기에 영사보호권을 행사할 기구를 설치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북경(베이징)에 단 한명이 나와 있는 외사협력관을 늘릴 생각은 없습니까.
○연변 직항로 취항 모색
『업무량이 날로 늘어나고 있어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특히 백두산 관광객이 집중되는 여름철에는 정신이 없습니다. 본국 정부와 영사업무담당 인력 보강을 협의하고 있습니다.
관광객들이 중국지역 특성을 이해하고 중국인이나 조선족과 접할 때 자존심을 건드리지 말고 현지 관행을 존중하는 것이 보다 근원적인 해결책입니다.
관광객의 안전과 편의를 위한 연변(옌볜) 직항로 취항 등을 모색중입니다』
―2백해리 배타적 경제수역(EEZ) 설정에 따른 양국협의 진척상황은 어떤지요.
『EEZ와 어업분야를 두고 양국은 오래전부터 협상을 준비해 왔으나 회담전망을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양측이 해결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어 비관적인 상황은 아닙니다. 중국은 한국 뿐 아니라 남중국해 관련 당사국과의 분쟁소지를 고려,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본격협상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국제법과 관례에 따라 정정당당하게 임할 생각입니다』
□약력
▲40년 경남 거창 출생
▲65년 서울대 외교학과 졸
▲75년 미 예일대 정치학박사
▲72∼92년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
▲93∼94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
▲95년 외무부 본부대사
▲96년 주중한국대사
▲저서:「신중국론」 「신국제정치이론」 「Maoism and Development」 「Major power and peace in Korea」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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