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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은 쉴 곳을 원한다/최성자 생활부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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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은 쉴 곳을 원한다/최성자 생활부장(메아리)

입력
1996.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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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오래된 동네가 무섭게 바뀐다. 단독주택들이 헐려 나가면 곧 커다란 건물이 들어선다. 어느 도시든지 골목마다 지하를 낀 다층 건물이 빽빽히 들어찼다. 큰길가에는 상가 건물이 늘어섰고, 주택가는 다세대 건물로 만원이다. 그처럼 무거운 철근과 모래를 쏟아 부으면 땅이 꺼지지 않을지 걱정된다.집이 많아지면 살 공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좋은 점도 있다. 적은 돈으로 살만한 집에 세들 수도 있고, 또 아무래도 새 집이라서 깨끗한 방과 거실 등 주거 환경도 좋아진다. 그렇지만 높은 곳에서 빽빽히 건물로 들어찬 동네를 보면 숨이 막힌다.

무엇보다 나무가 없는 까닭에 삭막하기 그지없고 쉴 곳을 찾기 어렵다. 더구나 매일같이 수십년 간 잘 가꾼 단독주택의 정원도 마구 파헤쳐져서 사라지고 있다. 우리 세대가 생활 환경을 이렇게 만들어 후손에게 넘겨주는 것은 죄악이 아닐까?

서울시가 여의도광장을 나무가 무성한 도심공원으로 만드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매우 반가운 일이다. 선진국의 도시들은 숲 속에 있는 것같이 보인다.

우리는 거꾸로 무성한 숲을 없애고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도시를 채워 왔다. 이제 도심에 숲을 만든다니 세금 낭비가 적지 않더라도 기뻐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에도 전국에 대규모 신도시가 생겨날 때마다 무성한 숲이 사라지고 있다. 왜 수십년 수백년생 나무들을 무참히 밀어버리는지 의아하다. 주택과 상가 옆에 자연 그대로 보존한 숲은 보는 이의 마음을 안정시킬 것이다.

도시계획이나 주택행정을 결정하는 분들은 외국여행을 자주 한 사람들로 생각된다. 이들은 왜 선진국의 쾌적한 주거 환경은 배워오지 못했을까? 그동안 귀따갑게 들어온 땅값과 개발비 타령은 많은 예산을 다시 써서 여의도 광장을 바꾸는 지금 설득력이 없다.

오늘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문제가 국정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었다. 모든 지방자치 단체도 숲이 우거진 공원을 확보하는데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시민들은 쉴 곳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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