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적절한가 이른가/시기싸고 각계 찬반 논란 팽팽/야권 비준 거부 밝혀 파란 예상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시기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와 학계 경제계의 논란에 이어 사회단체가 논쟁에 뛰어들었고 정치권의 찬반논란도 치열하다. 정부는 올 정기국회에서 OECD 가입비준 국회동의절차를 마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국민회의 등 야권은 「OECD 조기가입 망국론」을 내세워 비준동의에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해 놓고 있어 큰 파란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여당이 간신히 과반수의석을 넘기고 있는 상태에서 야권이 공조, 반대표를 던지고 여기에 일부 여당의원이 가세할 경우 비준동의안 가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신한국당 박찬종 상임고문이 OECD 조기가입문제를 공식제기, 파문을 일으킨 것은 여권내 기류가 간단치 않음을 잘 말해 주고 있다. 때문에 OECD 가입문제가 하반기 정국의 최대 정치쟁점으로 부각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논란의 핵심쟁점은 OECD 가입 시기다. 반대론자들도 우리나라가 결국에는 OECD에 가입해야 한다는 것에 이의가 없다. 국민총생산(GNP)규모 세계 11위, 교역규모 12위인 우리 경제의 실상에 비추어 OECD 가입은 필요하고도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OECD 조기가입이 우리 경제의 개방화를 급속도로 진전시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고 우려하고 있다. OECD 가입은 현재 우리 경제 형편으로 보아 아직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경실련등 시민단체와 일부 학자들은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문을 여는 것은 우리가 쌓아온 부를 하루아침에 외국에 넘기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OECD 가입으로 엄청난 금융위기를 겪었던 멕시코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민주당 등 야권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야당은 정부가 OECD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이유가 대통령의 치적을 과시해 내년 선거에서 이용하려는 정치적인 전략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
그러나 조기가입찬성측은 OECD 가입이 아니더라도 개방화·자유화는 세계적인 추세여서 수출지향적인 경제구조를 가진 우리로서는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고 반론을 편다. 이미 개방할 것은 거의 다 개방해 OECD 가입으로 특별히 문을 더 열 것이 없는 반면 실익은 많다는 것이 조기개방무방론의 핵심 논리다.
이처럼 양측의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어 OECD 가입시기 논쟁은 쉽사리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더욱이 올 정기국회에서 여야가 비준문제를 둘러싸고 또 한차례 격돌할 경우 학계와 사회단체 등의 찬반논란과 맞물려 큰 파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이상호 기자>이상호>
◎찬성 입장/“규제 완화 경제체질 강화 도움”/가입하되 충격 최소화 대책에 힘써야/유장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우리나라의 OECD 가입 협의가 마지막 단계에 와있다. 자본시장 개방과 국제투자 관련 OECD의 추가질의에 대해 한국정부의 답변이 이루어짐에 따라 이제 OECD의 최종 결정만이 남아있는 셈이다. 이르면 9월말, 늦어도 10월에 개최되는 상주대표이사회에서 한국의 OECD 회원국 초청여부가 공식 발표될 전망이다.
OECD 가입의 의무는 무엇보다도 규제완화와 정책협조다. 그러나 아직도 일부에서는 자본이동 관련 규제완화가 우리 경제의 현실에 비추어 너무 이른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우리의 자본시장 관련 규제완화가 OECD 회원국의 평균수준에 못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나친 규제완화는 우리 경제에 충격과 부작용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현재의 폐쇄적 시장구조가 초래하는 비효율과 왜곡 또한 엄청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OECD 가입을 우리의 낙후된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고금리구조를 개선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우리 정부와 OECD 어느 누구도 이 기구에의 가입으로 인해 우리 경제의 안정기조가 와해되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 이는 OECD의 추가질의서와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답변에도 잘 나타나 있다. OECD는 당장의 개방보다 구체적인 개방일정만을 밝혀달라는 것이며 우리 정부도 거시경제의 안정성 유지를 근거로 단기 투기자금의 이동을 억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최대한 반영했다.
우리는 OECD 가입을 정치적인 동기로 보아서는 안된다. 이는 국가운용방식을 선진국형으로 전환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는 동시에 세계경영에 직접 참여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추진된 것이다. 우리는 이제 OECD 가입을 전제로 하고 이후의 철저한 대비에 온 국민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자본시장 규제완화로 발생할 수 있는 충격을 최소화시키는 보완대책 수립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국내 외환시장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하여 일시적으로 외자유입을 억제시킬 수 있는 안정장치를 마련해야 하며 동시에 자본수지의 균형을 유지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또 금융서비스와 자본이동의 자유화가 확대됨에 따라 예금자와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건전성 규제 및 감독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가입시 OECD에 제시한 이행계획을 우리의 거시경제여건을 보아가면서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대외적인 약속을 가급적 성실히 이행함으로써 우리 정책의 대외공신력을 높이고 국내기업들로 하여금 정책변화에 능동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우리 경제 전반에 걸친 제도와 관행을 선진 회원국수준으로 맞춰 나가야 한다. 특히 규제의 목적과 수단에 대해 합리적인 설명이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며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철폐해야 한다.
넷째, OECD의 각종 공식·비공식회의에 참석할 대외경제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이러한 회의에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전문가의 확보가 시급하다.
끝으로 OECD의 주요 목적중의 하나인 개도국 경제원조에도 점진적으로 참여를 확대함으로써 세계 균형발전에 기여하고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여 나가야 한다.
2년전에 멕시코가 가입한데 이어 지난해에 체코, 올해에는 헝거리와 폴란드가 이미 OECD 정식회원국이 됐다. 우리보다 경제력면에서 훨씬 떨어지는 이 국가들은 선진국으로 발돋음하기 위한 전략으로 OECD 가입을 택한 것이다. 지금은 OECD 가입에 따른 적절한 대응모색에 최선을 다해야 할 때다.
◎반대 입장/“준비 덜돼 득보다 실 많을 것”/취약한 금융시장 자본개방땐 큰 타격/정몽준 국회의원·무소속
우리나라 가입을 결정하게 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이사회가 9월로 다가오고 한편으로는 무역수지 물가 생산지수 등 경제지표가 악화되면서 OECD 가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관계자에 의하면 OECD는 단순한 협의기구이기 때문에 최종결정권은 우리에게 있다. OECD 가입은 우리의 경제제도와 관행을 선진화하는 데 필요한 건전한 외부압력이라고 하지만 과연 그런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OECD 가입에 따른 문제의 핵심은 장기적으로는 가입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가입의 시기가 적절한가, 또 가입에 대한 준비는 잘되어 있는가 하는데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보고서는 연내에 OECD에 가입할 경우 외국돈의 순유입규모가 96∼99년 기간중 매년 1백55억∼1백95억달러에 이르게 되고 이로 인한 원화절상으로 경상수지 적자는 매년 10억달러이상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경제에서 금융시장의 안정구조는 매우 취약하다. 스위스 국제경영연구원(IMD)의 「96년 국가경쟁력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의 금융시장은 조사대상 46개국 가운데 40위에 머물 정도로 취약하다.
경쟁력이 취약한 국내자본시장이 개방되고 나면 멕시코처럼 국가경제가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멕시코사태는 대규모의 자본이 해외에서 유입되자 페소화가 평가절상 되고 그 결과 국내산업의 수출경쟁력이 약해지고 무역수지 적자가 크게 확대된 것이 원인이다. 이에 외국자본이 썰물같이 빠져나가자 페소화가 1년만에 1백18%나 폭락하면서 인플레는 35%에 이르게 되었다. 우리경제는 여러측면에서 멕시코보다는 낫다. 그러나 멕시코와 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미국 MIT대학의 레스터 서로 교수는 『멕시코의 경우 경제정책이 잘못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미국의 연방준비은행(FRB)이 이자율을 0.5% 올리니까 멕시코의 핫머니가 다 빠져나가 버렸다』고 말하고 『자본시장이 개방되어 세계 자본시장에 통합되었을 때 멕시코와 같은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나라는 미국·일본·독일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가입을 적극 권유하는 일본의 의도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를 선의로 해석하면 한국에 대한 대접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리적, 경제적으로 일본의 자본이 가장 손쉽게 들어올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실물경제에 있어서도 대일의존도가 높은 데 자본시장까지 일본이 잠식해 들어온다면, 이것이 우리가 바라는 경제개방인가 하는 점은 곰곰히 생각해 볼 문제다. 또한 북한과 대치하고 있고 남북관계가 안정적이지 못한 점도 유의해야 한다. 자본시장이 개방된 상태에서는 외국인 투자가 오히려 안보를 불안하게 할 수도 있다.
우리 속담에 돌다리도 두들겨서 건너라는 말이 있다. OECD 가입은 굳이 서두를 이유도 없고 늦춘다고 해서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OECD 가입은 정부가 이미 국제사회에 약속한 사항이고 국내적으로도 상당히 홍보를 한 상태다. 이 시점에서 국제사회의 신용을 잃지 않으면서도 우리의 내부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국회의 역할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OECD 가입에 대한 준비는 제대로 되어 있는지, 언제가 적절한 시점인지를 국회에서 충분히 토의하고 의사를 수렴한 후 비준 절차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OECD 가입의 이익은 추상적인데 비해 당장 올 수 있는 위험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공짜점심(free lunch)은 없다. 겸허한 자세로 현실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OECD란/61년 창설 국제경제기구… 현재 28개 회원국 구성
경제협력개발기구(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 Development)는 61년 9월 파리에 본부를 두고 창설된 국제경제기구다. 창립 회원국은 미국 캐나다 독일 영국 프랑스 등 20개국이며 60년대 일본 핀란드, 70년대 호주 뉴질랜드, 90년대 멕시코 체코 헝거리 폴란드 등이 가입해 현재 28개국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기구는 유엔이나 세계무역기구(WTO)처럼 모든 국가에 가입자격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라는 공통적인 가치관을 가진 국가 중에서 기존 회원국의 초청에 의해 가입이 결정되는 동질성이 강한 모임이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선진국들의 「사교·친선모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의사결정은 다수결이 아닌 회원국 전체의 합의에 의한 만장일치로 이뤄지며 회원국의 경제성장과 세계경제발전을 도모하고 범세계적 자유무역 확대를 위해 세계경제의 흐름을 분석하면서 국가간 경제정책의 조화를 모색하는 것이 주요 활동내용이다. 최근 일본에는 경기부양, 미국에는 재정적자 축소, 서유럽국가들에는 사회보장제도 개편을 통한 노동시장의 신축성 제고를 권고한 것등이 대표적인 예다.<이상호 기자>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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