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공식 발표 배경·파장/청소년 상대 사실상의 판금 효과/“비흡연자 겨냥 대선 포석” 분석도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담배를 「중독성 마약」으로 공식 선언키로 함으로써 미국 청소년들의 흡연 관행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물론 세계적인 금연운동에도 한결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담배의 성분인 니코틴의 중독성을 근거로 한 「마약 규정」은 담배의 판매금지 등 일반 흡연자들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조치를 수반할 수는 없으나 담배관리를 미식품의약국(FDA)에 맡겨 청소년 흡연을 대폭 규제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FDA는 클린턴이 지난해 8월 제시한 바 있는 청소년 흡연억제 방안과 유사한 규제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매자의 나이 확인 및 신분증 제시 의무화 ▲자판기 설치금지 ▲20개비 미만의 담배 낱개 판매금지 ▲우편주문 판매금지 등이 소매업자의 의무가 되고 ▲학교·운동장으로부터 1천피트(약 3백m) 이내 광고판 설치 금지 ▲담배회사 로고가 들어간 모자나 T셔츠 등의 무료증정 금지 등 광고·판촉행위에 대한 규제도 강화된다. 나아가 초·중등 학교에서 흡연의 해악을 가르치기 위한 교과과정의 개편과 담배회사들의 출연금으로 1억5천만달러의 관련 교육기금 조성도 검토되고 있다.
청소년에 대한 사실상의 담배 판금조치는 미국사회의 전반적인 금연분위기 고조로 이어질 수 있으며 세계최대의 생산·공급국으로 「담배 종주국」인 미국에서의 금연분위기는 세계 담배시장의 심리적 위축을 가져올 것이다. 미 담배회사들과 광고회사들이 이같은 조치에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은 야외광고판을 이용한 담배광고를 주정부가 금지한 조치를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연방헌법 위반」이라고 판시한 미 연방대법원 판례를 들어 위헌논쟁을 본격화할 자세다.
그러나 이같은 논란은 오히려 클린턴 대통령이 바라는 바일 수도 있다. 이번 결정은 무엇보다도 비흡연 유권자들을 의식한 것으로 담배회사의 정치자금을 받고 담배의 유해성 희석을 시도하고 있는 밥 돌 공화당후보를 몰아붙이려는 정치적 목적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돌후보는 『담배는 중독성이 없다』는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을 뿐 아니라 담배회사들이 제공하는 정치자금의 주요 수혜자자였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담배논쟁이 벌어진다면 대단한 호재일 것이란 확신이 클린턴진영에 서있는 것이다.
또 베이비 붐 세대의 대통령으로 『마리화나를 피워는 봤지만 들여 마시지는 않았다』는 말로 조롱을 받고 「마약문제에 미온적」이라는 비난을 떨칠 수 없었던 클린턴의 공격적 수비이기도 하다. 「담배 마약 선언」 예고기사를 슬쩍 넘겨받아 CNN이 보도한 21일 다른 미 방송들은 그의 취임후 3년동안 청소년 마약사용이 3배이상 증가했다는 보도를 내보내고 있었던 것은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워싱턴=이상석 특파원>워싱턴=이상석>
◎미 담배업계 대응 고심/“남은 활로는 해외수출 뿐”/흡연인구 폭증한 개도국에 눈독/시장개방 압력 총력 강화 불보듯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담배를 마약으로 선언키로 함에 따라 미국의 담배회사들은 이제 더더욱 수출에 생존을 걸게 됐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담배수출국. 매년 2천억 개비 이상을 외국에 팔고 있고 세계 6대 담배회사 가운데 필립 모리스 등 3개사가 미국회사다. 미국인의 흡연율은 60년대 중반 41%까지 치솟았다가 현재는 25%로 떨어졌지만 미국 담배회사들의 수입은 늘어만 간다. 전세계 담배소비량이 해마다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10년간 전세계 담배생산량은 연평균 2.2%씩 증가해 왔다. 이는 세계 인구증가율 1.7%를 훨씬 넘는 것으로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 개발도상국 흡연인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데 기인한다. 중국의 경우 담배소비량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11%씩 급증하고 있다.
이같은 소비증가 덕에 미국 담배회사들의 수출비중은 84년 전체 생산량의 8%에 불과하던 것이 현재는 30% 이상으로 늘었다. 담배잎도 생산량의 34%를 수출하고 있다.
담배수출로 미국이 얻는 수입은 연간 40억달러(3조2천억원)를 넘는다. 이는 전체 농산물분야 무역흑자의 35%를 차지한다. 그런 만큼 미국정부도 내수용에 대해서는 각종 규제가 까다롭지만 수출용 담배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다. 오히려 미국정부는 담배수출을 적극 장려해 왔다. 조지 부시 행정부때 댄 퀘일 부통령이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담배생산 농가를 방문, 『우리는 외국시장을 개방시켜 담배를 수출함으로써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공언한 것은 미국정부의 입장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제 「마약제조업자」로까지 낙인찍히게 된 미국 담배회사들이 흡연율 감소와 규제강화에도 끄떡없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외국인·여성·청소년」이라는 3대 신담배소비그룹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보건당국의 통계에 따르면 담배가 대량생산되기 시작한 1881년 당시 여성 흡연율은 0%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제 미국여성 2천2백만명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미국 전체 흡연자의 절반에 가까운 숫자다. 13∼19세 청소년 흡연자는 6백만명으로 늘었고 13세 미만의 어린이도 10만명이나 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클린턴 대통령의 「마약선언」 결정으로 신소비그룹 가운데 청소년층 공략은 또 한차례 강력한 제동이 걸리게 됐다. 따라서 외국시장에 대한 미국 담배회사들의 집착은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옥스퍼드대의 리처드 피토 교수는 『담배로 인한 전세계 사망자수는 현재 2백50만명에서 2050년에는 1천2백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들 사망자 가운데 미국 등 선진국 국민이 차지하는 비율은 갈수록 줄고 있다. 그리고 바로 그 만큼을 개도국과 후진국 국민들이 채우게 될 것이다.<김준형 기자>김준형>
◎흡연과 관련된 의학 보고/관련 질병 사망 30년내 1,000만명 전망/90년엔 미흡연자 18만명 심장질환사 기록도
담배 유해론은 1800년대초 니코틴을 처음 발견했을 때부터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94년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흡연 관련 질병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2025년에는 1천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담배속 유해물질을 대표해온 니코틴은 그러나 4천7백여가지의 담배 속 화학물질중 하나에 불과하다. 니코틴 외에도 발암물질은 42가지나 된다. 특히 타르는 니코틴보다 몇백배 강력한 발암물질로 후두암 폐암 등 호홉기 계통의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 존스홉킨스대 연구팀은 지난해 담배속의 발암물질이 유전자변이를 촉진시켜 암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흡연은 또 심장마비 동맥경화 등 순환기 질병의 주범이다. 특히 담배연기 속의 이산화탄소는 저산소증을 유발시켜 고혈압과 혈관내 출혈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90년 미국에서는 흡연자 18만명이 심장질환으로 사망했다.
담배는 또 만성천식 폐렴 독감 등을 유발하며 알츠하이머병(치매) 발생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미 의학계는 보고 있다. 흡연은 비흡연자까지도 죽음에 이르게 한다. 미 환경청의 92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흡연자와 함께 사는 비흡연자는 비흡연자와 사는 사람보다 심장병 폐암 등에 걸릴 확률이 30% 높고 20년이상 하루 4갑이상씩 피우는 사람의 배우자는 발병률이 80%까지 치솟는다. 골초들에게 희망적인 연구결과도 있다. 담배를 1년 끊으면 심장병 발생률이 50% 가까이 줄고 10년을 끊으면 폐암발병률이 비흡연자 수준으로 돌아온다.<윤태형 기자>윤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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