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지 답사 위해 발다이로” 발표 납득 안가/“심장수술 연막조치”“수술후 정양” 추측 무성단순 여행인가, 위장 여행인가. 보리스 옐친 대통령이 20일 러시아의 북서쪽 휴양지 발다이로 떠나자 그의 여행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세르게이 야스트로젬스키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대통령이 휴가장소로 발다이가 적합한지 여부를 둘러보기 위해 떠났으며 이틀후 모스크바로 귀환, 새 각료들을 접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옐친 대통령의 장기휴가는 9일 대통령취임식 전부터 공공연히 거론돼 왔지만 「휴가지 사전답사」 명목의 이번 여행에 대해 많은 관측통들이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건강이상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 대통령이 휴가장소를 둘러보기 위해 직접 모스크바에서 350㎞나 떨어진 곳으로 날아간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들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발다이를 휴양지로 택한 것도 의문이다. 러시아에는 대통령 전용 휴양지가 모스크바와 흑해 주변에 집중돼 있다. 옐친 대통령은 최근까지 모스크바 근교의 바르비하 휴양지에서 요양했으며 흑해 주변의 소치는 구 소련시절부터 역대 공산당 서기장이 여름 휴가를 보낼 만큼 잘 알려진 휴식처이다. 이에 반해 호수로 둘러싸인 발다이는 국가최고지도자가 묵기에는 아직 불편한 곳이다.
그의 발다이 여행은 유럽에서 심장수술을 받기 위한 연막조치라는 일부관측통의 분석에 솔깃해지는 것은 이때문이다. 그의 최근 동향을 보더라도 옐친 대통령의 건강상태는 수술 혹은 그에 버금가는 조치가 필요할 만큼 위중하다는 점을 느끼게 한다. 그는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나 독일 일간지 빌트, 러시아 일간지 모스코프스카야 콤스몰레츠 등 국내외 언론들의 거듭된 심장수술설 보도에도 불구하고 취임식 이후 한번도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다. 15일 공식출범한 집권 2기의 새정부 각료들을 접견하지 않았고 아프간 무장단체 타라반에 의해 억류됐다 극적으로 탈출한 러시아 수송기 IL 76 승무원 7명에 대한 무공훈장 수여 일정도 미뤄졌다.
특히 알렉산데르 레베드 국가안보위 서기와 아나톨리 쿨리코프 내무장관의 권력투쟁설과 체첸사태에 대한 대통령 명령서의 위조설이 제기되는 등 권력의 공백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이 휴가지를 물색하러 외딴 지역인 발다이로 떠날 만큼 한가한 때가 아닌 것이다.
따라서 그의 이번 여행은 휴양 아닌 다른 목적을 갖고 있다는 관측을 가능케 한다. 그 가운데 심장수술 사전조치설 혹은 수술후 정양설이 가장 유력한데 아직은 「설」수준에 머물고 있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모스크바=이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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