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경비 억제속 방위비·경찰 지원 증액/선거·경제상황 눈치보다 “기형” 우려도김영삼 대통령이 21일 지시한 내년도 예산편성 방향은 크게 3가지다. 첫째는 경상경비 지출의 최대한 억제다. 당면한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과소비 억제, 근검절약 등 허리띠 졸라매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내년도 경상경비 증가율을 5%이내로 낮출 방침이다. 올해 증가율이 20%정도였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줄어들게 된다.
두번째는 방위비의 대폭적인 증가다. 군의 사기진작과 방위력현대화를 위해 올해보다 12%가량 늘리기로 했다. 방위비는 문민정부가 출범한 93년이후 계속 한자릿수의 증가율을 보이다 올해 10.7%를 기록, 두자릿수로 뛰었다. 때문에 방위비는 2년 연속 두자릿수 증가하게 됐다. 국방부는 17.6%의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세번째는 경찰에 대한 지원강화다. 최근 한총련사태 등과 관련, 경찰인력을 늘리고 장비를 보강키로 했다. 한총련 집회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인력과 장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올해 치안예산 증가율은 16.4%였다.
한마디로 내년 예산편성의 핵심은 「근검절약」과 「사기진작」이다. 경제상황으로 보면 긴축적인 예산편성이 필요하나 내년 선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양측을 모두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근검절약」과 「사기진작」은 서로 상충되는 것이어서 이 둘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문제다. 재정경제원은 『불요불급한 부문에서 예산을 줄여 사기를 높일 수 있는 부문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라고 원론적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예산을 줄일 수 있는 부문은 그리 많지 않지만 사기를 높이기 위해 돈을 풀 곳은 많기 때문이다. 사회간접자본(SOC)이나 교육투자 등도 늘리면 늘렸지 줄일 수는 없는 형편이다.
공무원 봉급인상률도 문제다. 국민들에게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호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무원들이 솔선수범을 보여야 하나 『공무원 봉급수준을 기업체와 비슷하게 높이겠다』는 것이 대통령의 공약이어서 예산편성 관계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올해 인상률은 9%였으나 기업체수준 가까이 되기 위해서는 인상률이 두자릿수가 되어야 해 정부는 아직 인상률을 결정하지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재경원 관계자는 『올해는 예년과는 달리 예산편성의 큰 골격이 아직까지 갖추어지지 않고 있다』며 『선거와 경제상황을 모두 고려하다 보면 기형적인 예산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이상호 기자>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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