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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전당 레퍼토리 제1호/「피가로의 결혼」 성공적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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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전당 레퍼토리 제1호/「피가로의 결혼」 성공적 무대

입력
1996.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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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인 연출에 전 출연진 신인 불구 연기·노래 매끈/20일 첫 공연 “침체 오페라계 큰 활력” 뜨거운 갈채국내 오페라공연사 48년만에 극장이 직접 나서 제대로 만든 오페라가 탄생했다. 예술의전당이 처음으로 제작, 20일 토월극장에서 개막한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은 예술의 전당 레퍼토리 1호로 나무랄 데 없는 성공작이었다.

이날 공연은 충분한 연습을 거친 신인들이 뿜어내는 열기와 섬세한 연출에 의한 완성도 높은 무대로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출연진은 모두 오디션으로 선발된 신인들. 그러나 노래 뿐 아니라 연기에서도 어설프지 않게 생동감 넘치는 드라마를 펼쳤다. 특히 수잔나 역의 윤이나, 알마비바 백작 역의 박경준, 피가로 역의 최석길은 그들에게 이번 역이 처음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호연했다. 유명세에 따른 나눠먹기식 배역과 때우기식 공연 등 안일한 관행에 익숙한 기성인들은 이들에게 위협을 느낄 만하다.

이러한 성공은 연출의 힘이 크다. 오페라 제대로 만들기를 외쳐온 조성진 예술의 전당 예술감독은 이 작품으로 모범답안을 제시했다. 그는 배역의 성격에 따른 적절한 캐스팅, 걸음걸이 뿐 아니라 눈짓등 표정연기 지도에 이르기까지 소홀함이 없는 치밀한 연출, 모차르트를 모차르트답게 전달하는 진지한 해석을 통해 오페라는 음악과 연극의 결합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실감케 했다. 아리아는 원어로 하되 레시타티브는 우리 말로 한 것도 새로운 시도인데 결과는 만족스럽다. 그가 번역한 레시타티브는 무리한 직역이 아닌 자연스러움으로 가사 전달에 성공, 감상에 도움을 줬다. 관객들은 멋진 아리아가 나올 때까지 지루함을 견디는 일 없이 극적 재미에 빠져들면서 모차르트 특유의 앙상블을 즐길 수 있었다.

개막공연을 본 음악평론가 탁계석씨는 『한국 오페라운동에 새로운 이정표가 섰다』고 평가하면서 『기성무대가 큰 자극을 받을 것은 물론 침체된 국내 오페라계가 새롭게 발전하는 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서 29일까지(평일 하오 7시, 토요일 하오 3·7시, 일요일 하오 3시. 월요일 휴관) 공연한 뒤 10∼11월에는 지방 9개 도시 순회공연에 들어간다. 580-1234<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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