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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총련 사태의 반성(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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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총련 사태의 반성(사설)

입력
1996.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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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동안 전국을 뒤흔들고 국민의 가슴을 비통케 했던 한총련의 불법적인 「통일소동」이 경찰의 진압으로 일단락됐다. 전례없이 격렬했던 학생들의 폭력난동과 이에 대한 진압과정에서 부상자가 적었던 것은 매우 다행한 일이지만 이번 사태는 나라와 국민 각계에 엄청난 상처와 뼈저린 교훈을 안겨 주었다. 모두가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우선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의도적으로 사태를 이렇게 몰고간 한총련 주도세력, 폭력학생들이 져야 하며 엄중하게 의법조치 돼야 한다.

한총련의 시위가 폭력난동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데에는 당국에도 책임이 있다. 무엇보다 문민정부의 일관성 없는 오락가락식의 대북정책과 즉흥적인 대북자세에 있으며 또 탈냉전 이후 왜 한민족 공동체 통일방안을 추진해야 하는가라는 확고한 통일교육을 실시하지 못한 데 있다. 여기에 근년에 침체됐던 주사파들이 5월 한총련 4기 출범때 8·15범민족대회에서 격렬한 난동으로 기세를 올릴 뜻을 예고했음에도 이에 대한 치밀한 대처를 하지 못했다. 그저 연례적인 통일소동으로 방치했다가 들끓는 여론에 뒤늦게 허둥대며 엄벌 등 강력대응을 연발한 것은 어처구니가 없다. 농성이 장기화하면서 여론이 들끓자 급기야 경찰총수가 「시위때 총기사용」 운운하고 나선 것은 경찰 지휘부 대응자세의 난센스의 극치를 보는 것 같다.

그뿐인가. 정치권과 각 당의 우물쭈물하는 태도 역시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교수들의 눈치보기 자세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니 덮어두기로 하자. 그래도 수만의 교수들중 잘못된 통일주장을 펴는 불법시위·농성현장에 나가 제자들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며 정도를 가르치는, 시위중지를 호소하는 스승들이 없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었다. 이것이 한국대학의 모습이라면 앞날은 더 험난하고 어두울지 모른다. 교수가 구경꾼으로 있는한 대학은 바로 설 수가 없는 것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북한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총련의 폭력난동은 많은 사람들에게 「통일」을 내세운 남한 전복기도의 한단면을 보게 했다. 이들이 이런 폭력에 등을 돌리고 개탄했다는 것은 결국 북의 시대착오적인 적화통일의 정체와 속셈을 분명히 깨달았음을 북은 알아야 할 것이다.

비록 커다란 불상사는 없었다 하더라도 지난 10일간 폭염속의 도심을 마비시키고 우리의 가슴속을 멍들게 했던 1996년 8월의 한총련 사태에서 모두는 자기자리서 깊이 생각하고 반성해야 한다. 학생들은 무분별하고 몰지각한 북의 통일놀음에 더 이상 놀아나지 말아야 하고 정부와 정치권은 확고한 통일정책과 교육으로 이들에게 더 이상 혼란과 빌미를 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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