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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의 관객들/임철순 문화1부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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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의 관객들/임철순 문화1부장(메아리)

입력
1996.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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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등학교의 방학이 끝나간다. 일부 학교는 이미 개학한 곳도 있다. 한 여름을 보내면서 학생들은 들판의 옥수수처럼 더욱 자라고, 잎과 가지가 무성한 나무처럼 대견스럽게 우거졌다. 그들의 정신과 정서에는 얼마나 살이 쪘을까. 학생들의 심성은 자연체험이나 독서, 예술과의 만남을 통해 가다듬어지고 순화된다. 특히 예술은 세상과 사물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키워주고 창의력 계발을 돕는다. 스스로 창작의 기쁨을 누리는 경우라면 더욱 좋겠지만 다른 사람의 창작을 감상하고 향수하는 기회만 갖는다 해도 얼마나 좋은 일인가.이번 여름에도 각 공연장에서 열린 음악회는 청소년관객으로 만원이었다. 특히 방학 막바지가 되면서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다. 공연예술에 대한 학부모와 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진 탓이겠지만 우선은 학교에서 공연을 보고 감상문을 내도록 숙제를 내주었기 때문이다. 4∼5년전부터 시작된 방학특수에 눈을 돌려 공연기획자들은 각종 공연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편하고 있다. 이야기가 있는 음악회, 영상을 곁들인 음악회의 유행은 청소년관객을 공연장으로 이끌기 위한 것이다.

예술의 전당의 경우 일부 공연은 자리가 없어 입석까지 판매하는 만원사태가 빚어졌고, 현대음악을 소개하는 「쉽게 듣는 현대음악 시리즈」 공연도 5일동안 내내 만원을 기록했다. 주최측이 오히려 어리둥절할 정도였다는 것이 취재기자의 이야기다. 그런가 하면 공연을 보았다는 증명을 학교에 내기 위해 쓰레기통을 뒤져 표를 구하거나 신문사 문화부에 아무 입장권이나 달라고 부탁하는 경우도 많다.

이 「한 때의 관객들」을 문화와 예술을 이해하는 평생관객이 되도록 해주는 노력은 아직도 미약하다. 각급 학교는 숙제만 내주는 데 그치지 말고 학년별로 가볼만한 공연을 미리 선정해 제시하거나 공연장에서 지켜야 할 예절을 적극적으로 알려주어야 한다. 특히 음식물은 아무데서나 먹으면 안되며 공공장소에서는 정숙해야 한다는 것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계속 가르쳐야 한다. 학교와 교육당국의 연계를 통한 체계적 프로그램의 개발과 운영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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