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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총련 농성 진압­경찰 진입서 추적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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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총련 농성 진압­경찰 진입서 추적까지

입력
1996.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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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떴다” 새벽 전격 기습/화염병·투석 저항도 잠시 “백기 투항”/피·땀·그을음 뒤범벅된 채 끌려나와/담벼락 구멍 탈출… 달아나다 탈진도「독수리작전」으로 이름 붙여진 종합관 진압작전은 20일 상오 5시43분께 시작돼 2시간만에 큰 불상사없이 마무리됐다. 경찰은 헬기까지 동원, 공중과 지상에서 입체작전을 펼쳤으며, 학생들은 바리케이드에 불을 지르고 화염병과 돌을 던지며 경찰진입을 가로 막으려 했으나 장기대치로 지친 탓인지 한때 격렬히 저항하다 순순히 연행댔다.

▷종합관 진압 및 연행◁

○…경찰은 이날 새벽 4시께 사복체포조 병력 2천5백여명을 종합관쪽에 배치했고, 산발적으로 최루탄을 쏘아 학생들의 힘을 빼는 등 건물진입을 위한 사전수순을 밟았다.

상오 5시45분께 경찰지휘관의 무전기가 요란해졌다. 『독수리가 떴다. 독수리가 떴다.』 작전개시 신호였다. 대기중이던 경찰병력이 페퍼포그차량과 헬기의 지원을 받으며 건물진입을 시작했다. 헬기 2대가 옥상을 낮게 날며 최루액을 뿌렸고, 건물 아래서는 사복체포조 등이 다연발 최루탄을 쏘며 현관으로 밀고 들어갔다. 검은색 유니폼의 경찰특공대원은 고가사다리를 타고 종합관 3층으로 올라갔다.

○…경찰의 본격적인 진압작전이 시작되자 사수대 학생들은 건물앞 계단에 집기를 쌓아 만든 바리케이드에 불을 붙이며 경찰의 진입을 가로 막았다. 불이 나자 경찰은 대기해 둔 소방차 2대를 이용, 재빨리 진화에 나섰다.

학생들은 경찰이 건물을 완전히 장악하자 6시18분께 흰천과 하얀색 속옷으로 만든 백기를 흔들며 투항의사를 표시했다. 학생들은 백기를 내건 뒤에도 최루탄 발사가 계속되자『최루탄을 쏘지 말라』고 외치며 일제히 양손을 흔들어 저항할 뜻이 없음을 다시 확인시켰다.

○…진압작전이 막 시작된 상오 5시45분께 종합관안에서 농성중이던 탁모군(22·충남대4)이 갑자기 건물밖으로 뛰어나와 경찰에 자진 투항했다. 탁군은 『어제 저녁 집에 전화를 했더니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말을 해 걱정이 돼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종합관 진입에 성공한 경찰은 6시37분께 처음으로 오른팔에 피가 흐르는 남학생을 밖으로 끌고 나왔다. 학생들은 줄을 지어 앞사람의 어깨나 허리에 손을 얹고 고개를 숙인 채 밖으로 끌려 나왔다. 경찰의 재촉에 빠른 걸음으로 전경차로 향하던 학생들은 앞에서 한명이 넘어지자 줄줄이 넘어지기도 했다.

○…학생들은 종합관 앞에 양손을 머리에 얹은 채 꿇어앉혀져 있다가 호송버스에 차례로 태워졌다. 대부분이 피, 땀, 그을음으로 온 몸이 뒤범벅된 초췌한 모습이었으며 걸음을 제대로 옮기지 못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일부 학생들은 장기농성으로 탈진한 상태여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신발을 잃어버려 맨발인 학생도 눈에 띄었다.

밖으로 끌려나온 학생들 가운데 10여명은 최루탄과 연기에 질식된 듯 잠시동안 의식을 잃은 채 땅 바닥에 누워있기도 했다. 7시10분께 업혀나온 한 여학생은 의식을 잃고 온 몸에 경련을 일으켜 구급차에 실려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다.

▷과학관 농성학생 탈출◁

○…상오 10시께 경찰이 종합관 진압작전을 마무리 한 뒤, 시위학생 연행작전을 하는 틈을 타 과학관에 있던 2천여명의 학생들은 지하1층 비상구를 통해 무더기로 건물을 빠져나갔다. 학생들은 경찰이 지키고 있는 북문쪽으로 나가지 않고 연희동 주택가와 닿아있는 담벼락의 뚫린 구멍으로 탈출했다.

과학관에서 시위를 이끈 한총련 지도부는 학생들이 건물을 빠져나가기 시작한 시각에 기자회견을 자청, 경찰의 시선을 끄는 고도의 전략을 썼다.

경찰의 포위망을 뚫고 연세대 밖으로 달아난 학생들은 무리를 지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연희 3동의 한 주민은 『학생들이 상오 10시께부터 30여분동안 주택가 골목을 끼고 지휘자의 인솔에 따라 열을 맞춰 뛰어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학생은 그동안 지친 탓인지 달아나다 길바닥에 그냥 쓰러지기도 했다. 경찰은 탈출 도중 쓰러진 학생 40여명을 경찰병원으로 긴급후송했다.

▷경찰 추적·조사◁

○…경찰은 연세대 외곽에 있던 경비병력과 사복경찰 등을 동원, 연희초등학교와 연희3동 주택가 등지로 달아났던 학생들을 붙잡았다. 연희초등학교에 숨어있던 일부학생들은 경찰의 검거를 피하기 위해 샤워실에 팬티차림으로 숨어있다 붙잡히기도 했다. 경찰은 달아난 학생들이 지하철을 타기위해 무악재나 홍제역쪽으로 갔을 것으로 보고 이 부근을 중심으로 검문검색을 강화했다.

○…연행된 학생들에 대한 수사 및 지휘를 위해 서울지검 서부지청은 이날 상오부터 비상대기에 들어갔다. 서부지청관계자는 『연행자가 워낙 많아 공안검사 2명을 포함, 최소한 5명의 검사가 동원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 검찰간부는 『연행학생 대부분이 저학년인 점으로 미루어 대어는 없는 것 같다』며 『조사과정에서 구타행위가 없도록 몇 차례나 지시했다』고 말했다.<김경화·배성규·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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