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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총련 농성 진압­수사 방향·사법처리 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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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총련 농성 진압­수사 방향·사법처리 강도

입력
1996.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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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적 지도부 추적·검거 초점/배후·자금원 등 실체 해부 병행/연행자 성향 철저 선별후 구속경찰이 20일 한총련 대학생들의 연세대 점거농성을 완전 진압함으로써 연행학생들의 사법처리 수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일단 농성참여학생들을 대부분 형사입건하지만 구속자는 최소화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검찰은 타의에 의해 농성에 참여하거나 농성장을 빠져나오지 못한 일부 학생들은 훈방조치하는 등 선별처리할 방침이다.

최환 서울지검장은 이날 『연행학생들은 연세대를 3박4일간 점거하며 불법시위를 벌인 범죄자들로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며 『그러나 구속대상은 시위가담정도나 행위의 경중 등을 따져 엄선하겠다』고 밝혔다. 최검사장은 또 『일단 조사를 진행한 뒤 선별적으로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하겠지만 훈방조치는 제한적인 범위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이같은 방침은 전날 이수성 총리의 「법의 관용」발표와는 분위기가 다른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법적인 관용이 위법사실에 대한 묵인이 아니라 관대한 처벌을 의미하기 때문에 정부의 방침과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구속자수는 줄이되 처벌범위는 넓혀 관용의 명분과 법의 형평간에 조화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날 학생들의 사법처리 수위를 결정하면서 내부적으로도 상당한 진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등에서는 학생들을 연행한 직후 「구속자 최소화」 방침이 흘러 나와 대부분의 연행학생들이 훈방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날 하오 최서울지검장은 『연행학생들을 전원 형사입건하겠다』고 발표했다가 바로 『선별처리하겠다』고 정정하는 등 검찰의 잣대도 「강경」과 「온건」을 수시로 오갔다. 최검사장은 여론을 의식, 발언을 정정했지만 「형사입건 원칙」은 검찰의 최종방침인 것으로 대검 등에서 확인됐다.

좌경학생들에 대한 지나치게 관대한 처분은 오히려 국민정서와 맞지 않고 학생들에게도 역효과를 줄 우려가 있는 만큼 연행자들을 대부분 형사입건해 학생운동권 전체에 경고를 해야한다는 것이 검찰의 기본입장이다. 물론 불구속입건될 연행학생 중 상당수는 기소유예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구속대상을 농성장에서 경비를 서며 극렬하게 저항한 「사수대」와 농성현장 지휘부, 진압당시 화염병투척 등 과격행위자 등으로 한정할 방침이어서 구속대상자는 대략 3백명선일 것으로 예상된다.

검·경은 연행자에 대한 수사와 함께 이미 연세대를 빠져 나간 정명기 한총련의장 등 학생운동 지도부의 검거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한총련의 배후세력과 자금원, 친북활동 등 한총련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검·경의 수사가 한동안 학생운동권을 전면적으로 압박할 것으로 예상돼 대학가에 찬바람이 불 전망이다.<이태희 기자>

◎경찰 작전인가 허 찔렸나/학생들 과학관 기습 탈출/“불상사 우려 퇴로 연후 검거 시도” 주장 불구/허술한 봉쇄망­상당수 검거 실패에 갸우뚱/학생측 기자회견 자청 이목 따돌리기 “치밀”

연세대 과학관에서 농성중이던 한총련 소속 대학생 2천여명의 「기습 탈출극」은 경찰의 고도의 작전에 따른 것인가, 아니면 학생들의 노련한 전략에 경찰이 허를 찔린 것인가.

경찰은 이에 대해 화약고나 다름없는 과학관에 무리하게 진입할 경우 예기치 않은 불상사를 우려, 학생들을 끌어내려 한 것이라며 작전실패나 경비허술의 결과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학생들이 이미 3차례나 같은 경로로 도주를 기도한 적이 있어 도주 가능성은 충분히 예상했던 일로, 연희동 주택가 등 외곽에 병력을 밀집 배치해 놓고 있었다며 경찰의 대비가 철저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경찰이 시위 농성학생 전원을 연행하겠다고 천명해 온데다, 이날 아침 종합관에서 농성중인 2천여명을 완전 진압, 연행한 상황에서 과학관의 퇴로를 의도적으로 열어 주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의아한 점이 많다.

때문에 경찰이 한총련의 치밀한 작전에 기습을 당했으며, 1차 봉쇄망이 뚫리자 연희동 일대의 외곽 포위망을 좁혀 뒤늦게 검거에 나섰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경찰이 학생들의 탈출 직후 연희동 일대에서 학생들과 숨바꼭질을 벌이며 추격전을 벌인 것이나, 탈출 학생의 절반 이상을 놓치는 등 봉쇄망이 허술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과학관에서 농성중이던 학생들은 경찰이 이날 새벽부터 종합관 진압에 병력과 신경을 집중해 상대적으로 경비가 허술한 상황을 노렸다. 학생들이 빠져나갈 당시 경찰은 종합관 진압을 마무리하고 승리감에 취해 있었고, 과학관 건물 앞쪽에 전경을 집중 배치해 지원시위를 막는 데만 관심을 쏟았다.

서문과 학교 담벽 건너 주택가 옥상 등에 경찰병력이 분산 배치돼 있긴 했지만, 진압이나 검거에 나설 수준은 못됐다. 서문 앞에 있던 한 경찰관은 『학생들이 3렬종대로 순식간에 나온뒤 뒷길을 통해 뛰어서 달아났다. 너무 갑작스런 일이라 도저히 손을 쓸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당시 과학관 정문 앞에서 경찰의 종합관 진압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자청, 경찰의 이목을 따돌린뒤 탈출작전을 감행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 때문에 정문쪽에서 경비를 하던 전경들은 이미 학생들이 다 빠져나간 뒤에야 건물 옥상을 올려다 보고 『다 어디 갔지』라며 어리둥절해 했다.

과학관 농성 학생들의 기습탈출로 강제진압시 우려됐던 불상사는 모면했으나 경찰은 그동안 검거에 주력해 온 한총련 핵심간부 상당수를 붙잡는데 실패했다.<김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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