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교계 샛별 양성 주역/소수민족 장벽깨고 당당한 입지 구축러시아 외교계 인맥에서 소수민족 출신을 찾아 보기는 힘들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겠지만 러시아의 국익과 각종 대외 기밀사항을 다루는 곳이 외교계라는 점에서 그간 소수민족들의 기용을 기피해 왔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구소련 시대는 물론 러시아에서도 고위 외교관이 된 한인을 만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이처럼 민족차별이 심한 러시아 외교계에서 나름대로 입지를 확보한 한인이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러시아 외교아카데미 아시아태평양센터 소장 겸 교수인 블라디미르 이가 바로 주인공이다. 외교아카데미는 러시아외교관을 양성하는 2년제 국립대학.
이교수는 고인이 된 게오르기 김 전 소련과학아카데미 객원회원과 함께 한·소수교 비사를 제대로 알고 있는 인물중의 하나다. 91년 9월 양국수교 당시 최고회의(의회) 대외정책 자문관을 거쳐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대통령의 외교 자문단 일원으로 한국과 관계개선을 할 필요성이 크다고 역설한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교수는 한국과 러시아의 현 협력 관계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다. 양국은 수교 당시 서로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기에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껄끄러운 관계로 변한 것 같다고 그는 진단했다.
『한국과 러시아는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작은 것부터 협력과 신뢰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한국의 대러시아 투자의 경우 호텔등 관광산업에서 시작, 가스전개발등 대형프로젝트로 옮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짧은 시간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호텔업 진출로 투자기반을 구축한 뒤 대규모 투자로 나아가야 한다는 게 그의 충고다.
이교수는 국립 외교아카데미에 진출하기까지 소수민족 출신이라는 장벽을 뛰어 넘어야했다. KGB가 지난날 외교관을 희망하는 젊은이의 가족신상까지 철저히 조사한 뒤 입학을 허가할 정도로 구소련당국은 외교아카데미의 문을 굳게 닫아 놓았기 때문이다.
레닌그라드대학에서 동양역사 및 국제관계를 전공한 그는 구 소련 최고회의의 대외정책 담당관으로 발탁되면서 외교자문단에 들어갔다. 그는 현재 외교아카데미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외교전문가를 키우는 아·태연구센터 소장으로 활약하고 있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모스크바=이진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