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사서 관광산업 전문가로” 대변신/광산노동자·교사·축구선수 전전 인종차별 저항운동/만델라 정부서 고용 창출 중역맡아 가난 퇴치 구슬땀남아프리카공화국의 환경관광부 차관 피터 모카바(36)는 3년전까지만 해도 반아파르트헤이트 게릴라였다.
93년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투쟁을 자제하도록 지침을 내렸을때도 그는 『보어인(남아공내 백인종족)을 죽이자. 백인농장주를 없애자』는 구호를 마지막까지 고수했던 철저한 투사였다.
그러나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이끄는 흑인정부가 들어선 지금 그는 군복대신 양복을 입고 손에는 총대신 휴대전화를 들었다. 과거 앙골라 모잠비크를 전전하며 혹독한 군사훈련을 받았던 그는 요즘 책과 자료더미를 뒤지며 가난과 민족분열에 맞서는 전투에 땀을 흘리고 있다.
노던 트랜스발주의 뉴룩이라는 조그만 마을에서 태어난 모카바의 인생은 투쟁으로 점철됐다. 고등학교 재학중이던 77년 동맹휴업을 주도한 혐의로 체포되면서 그는 투쟁의 길로 접어들었다.
광산노동자 작가 프리랜서기자 교사 가라테사범 축구선수 등 손꼽기도 힘든 수많은 직업을 전전하며 그는 핍박받는 남아공 민중의 삶을 체화했고 청년저항운동을 조직했다.
80년 터프루프대학 이과대에 진학했다가 2년만에 자퇴한 이래 93년 백인정권이 무너질 때까지 그는 거의 모든 반아파르트헤이트 청년운동조직 건설에 관여, 백인정권 경찰의 감시대상 1호 인물로 꼽혔다. 당연히 투옥이 일상사가 됐지만 결정적인 재판때마다 증인들이 한명의 예외도 없이 그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는 것을 거부한 덕에 번번이 석방돼 활동할 수 있었다. 그는 『법정에서 보여준 동포들의 믿음과 기대를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모카바는 94년 4월총선에서 만델라 대통령의 추천을 받아 ANC소속 국회의원으로 당선됐고 이어 국회에서 환경관광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그가 남아공의 기간산업으로 꼽히는 관광업무를 담당하자 언론들은 실무능력보다는 순전히 애국심과 지칠줄 모르는 추진력 덕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제 그는 『관광산업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외화를 벌어들이는 국가기간산업』이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전문가로 성장했다. 만델라 대통령은 이달초 그를 환경관광부 차관으로 임명, 그의 전문능력에 대한 평가와 인간적 신뢰를 재확인했다.
혹자들은 의혹의 시선으로 그의 변신을 바라보기도 한다. 이에 대해 그는 『나는 변한게 없다. 투쟁의 대상과 방법이 바뀌었을 뿐이다』라고 말한다.
남아공 국민들 역시 『옳지 않은 것을 보면 전보다 더 크고 분명하게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고 다짐하는 그를 버림받은 땅에서 새로운 약속의 땅으로 남아공과 아프리카를 변모시킬 다음 세대의 지도자로 꼽는데 주저함이 없다.<김준형 기자>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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