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영향력 막강 보수이념의 “전사”/대학원생때 조직정비 주도… 2,000개 지부·170만 회원 둬미 워싱턴 정계 거물들은 선거때마다 한 30대 종교 지도자의 눈치를 살핀다. 미 유권자의 3분의 1에 달하는 기독교도들을 움직일 수 있는 그의 지대한 영향력 때문이다. 그의 지지발언 여부가 선거 향방을 뒤바꿀 정도다. 미 언론도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젊은이로 첫 손가락에 그를 꼽는다.
미 최대 보수 종교단체인 기독교연합(Christian Coalition) 사무총장 랠프 리드(34). 그가 이끄는 기독교 연합은 보수 이념을 지향해 온 공화당의 최대 지원세력이자 손꼽히는 압력단체이다. 미 50개주에 2,000개 지부와 170만명의 회원을 거느린 엄청난 조직력이 무기로 연간 예산이 2,700만달러에 달한다. 산하에 70만부를 자랑하는 잡지 「크리스천 아메리칸」발행사와 자체 법률회사까지 있다.
리드의 위력은 공화당 대통령 후보 지명전에서 이미 확인됐다. 공화당 대통령후보 밥 돌은 예비선거 기간중 그의 건의를 받아들여 할리우드의 비도덕성을 질타했다. 돌과 경쟁을 벌였던 패트 뷰캐넌과 필 그램의원 등도 리드의 요구에 따라 핵심 선거참모를 기독교연합인사로 채워야 했다. 향후 대선정국에서도 「리드 카드」는 더욱 큰 폭발력을 지닐 것으로 점쳐진다. 그가 최근 가톨릭 및 유대교 신도와도 연대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주도 아래 3개 세력의 연대가 이뤄지면 그 파장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종교의 정치개입을 우려하는 「미국을 위한 국민회」 등이 기독교 연합의 우파노선에 반기를 들고 있다. 또 『리드가 「모럴 마피아」를 주동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는 등 진보세력의 견제도 만만찮다.
61년 버지니아주 포츠머드에서 해군 군의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조지아대 시절 공화당 전국 학생위원장이 되면서 술과 담배를 끊고 하나님을 찾았다. 그가 기독교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된 것은 88년 대선에 도전했다가 좌절한 TV전도사 패트 로버트슨 목사를 만나면서부터. 당초 기독교 연합 창설은 로버트슨이 구상했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는 조직작업은 대학원생이던 리드의 몫이었다. 기독교연합 총재인 로버트슨은 지금도 그의 「영혼의 대부」로 남아 있다.
조지아대 역사학 박사인 리드는 자신을 「성전을 치르는 십자군 전사」에 비유한다. 무신론자, 낙태 찬성론자, 동성연애자, 극단적 좌파분자 모두에 그는 칼을 겨눈다. 「미국의 정화」를 지향하는 그의 가슴속에는 십자군 전쟁에 나섰던 중세기사의 순수하고도 광적인 열정이 불타고 있는지도 모른다.<이상원 기자>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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