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들 “기존 질서 더이상 절대적 권위 없다” 판단/음악·증시·미디어·교육 등 따끔한 대안·충고 총력「인터넷의 공기는 자유롭다」 누구도 제약할 수 없고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있다. 권력과 자본, 그리고 매스컴에 의해 만들어진 기존의 질서가 인터넷에서는 더이상 절대적 권위를 누리지 못한다. 이를 거부하는 대항문화가 당당하게 맞서 행세할 수 있는 자유공간이기 때문이다.
94년 캘리포니아대학의 두 학생이 만든 IUMA(Internet Underground Music Archive, 인터넷주소 http://www.iuma.com)는 철부지같은 꿈에서 출발했다. 미국 레코드업계의 거대한 질서를 무너뜨려보겠다는 게 창립 목표였다. 이들은 레코드회사에 소속되지 않은 언더그라운드 음악밴드들을 규합했다.
인터넷을 통해 프로모션을 하고 음악을 소개하는 한편 파일로 음악을 판매하는 방식을 택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IUMA는 등장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지금은 마돈나같은 「제도권 가수」들도 이곳을 통해 신곡을 소개할 정도가 됐다. 주류 레코드회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아카데미 영화제나 그래미상 등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대중문화 시상식도 인터네티즌들에게는 끝없는 비웃음과 도전의 대상이다. 매년 시상식이 열릴 때마다 인터넷에는 이에 반대하는 「삐딱한」 안티 사이트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보수적이고 상업주의로 흘러버린 이 행사를 비판하고 네티즌들의 투표나 자신의 기준에 따른 나만의 시상식 홈페이지들을 만들어 호응을 얻기도 한다.
증권시장에서 늘 큰손들에게 끌려다녀야 하는 개미군단의 반란도 인터넷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톰과 데이비드 가드너 형제가 운영하는 모틀리 풀(MOTLEY FOOL, 인터넷주소 http://fool.web.aol.com)은 인터넷을 이용해 소액투자자들을 결집, 새로운 대규모 투자자 집단을 만들어냈다. 이들은 뉴욕 증시의 관행을 뒤바꾸는 돌풍을 일으키며 미국 경제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밖에 인터넷에는 기성 언론의 보수성을 비판하고 새로운 언론을 창조하자는 대항 미디어(Alternative Media), 학교교육을 완전히 거부하고 가정교육의 완전성을 추구하는 대항 교육(Alternative Education)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멀티미디어 신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수많은 언더그라운드 해적 방송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많은 네티즌들은 인터넷이 삶의 모습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다고 믿는다. 사이버 월드를 퍼펙트 월드로 바꾸려는 이들의 이상은 실현될 수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인터넷의 자유로운 창조정신이 살아있는 한 네티즌들은 영원히 대항(Alternative)을 추구해 나갈 것이다. 때로는 억지와 삐딱함으로 흐르기도 하지만 이것이 현실 세계의 질서와 관행에 대한 끊임없는 자극제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이윤정 기자>이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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