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보증」 전제·구 사주권리도 없애「부실기업의 피난처」였던 법정관리(회사정리절차)제도가 대폭 수술을 받았다. 법정관리제도는 당초 부도등 위기에 처한 기업의 빚을 동결시키고 국가(법원)가 일시 관리, 기업을 살려냄으로써 기업파산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데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법정관리제도는 부실한 제도운용으로 법정관리중인 회사가 부도를 내는가 하면 불법으로 어음을 발행, 오히려 채권자와 선량한 거래업체의 피해를 확산·증폭시켰다.
19일 대법원이 발표한 「회사정리사건처리요령 개정예규 및 회사정리법중 개정법률(안)」은 늦게나마 허술한 법정관리제도의 맹점들을 보완한 것이다. 대법원은 우선 법정관리 허용요건을 대폭 강화했다. 주거래은행의 운용자금 지원의사가 있거나 제3자의 인수계획이 있는 회사에 대해서만 법정관리를 허용한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주거래은행이나 인수희망회사가 『이 기업은 살려낼 수 있다』고 「보증」을 서야 법정관리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로써 현재 경영위기를 맞아 제3자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주)건영은 당장 법정관리를 신청하더라도 허용될지는 불투명해졌다. 예전같으면 (주)건영 종업원의 생계, 거래업체의 연쇄부도 등을 우려해 (주)건영과 같은 대형기업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허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 개정으로 (주)건영의 주거래은행인 서울은행이나 제3의 인수희망자가 나타나 「보증」을 서주지 않으면 법정관리를 받을 수 없게 됐다.
이번 개정에서 구사주의 영향력을 완전 배제시킨 것도 큰 특징이다. 종전엔 법정관리시 구사주 주식중 3분의 2를 무상소각했으나 앞으로는 전부 소각토록 했다. 이로써 구사주의 권리는 완전 소멸된다. 이는 구사주가 법정관리를 통해 시간을 벌어 경영위기를 일단 모면한뒤 다시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아예 차단한 것이다.
구사주와 법정관리인이 짜고 법정관리기간동안 재산을 빼돌리는 것을 막기위한 장치도 마련됐다. 법정관리인이 어음을 발행하려면 어음발행 은행은 법원에 사전허가를 받아야 하고 발행후에도 내역을 보고토록 했다. 관리인이 법원 허가없이 어음발행 등을 통해 재산을 빼돌릴 경우 3년이하 징역, 5백만원이하 벌금형(허위보고시 1년이하 징역, 2백만원이하 벌금형)을 주는 처벌조항도 신설됐다. 그동안 이에 대해 업무상배임죄를 적용했으나 입증하기가 힘들어 처벌조항이 신설된 것이다.<유승호 기자>유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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