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첸싸고 크렘린 내 정치생명건 투쟁/레베드지휘권 일원화 명분 “내무 사임” 선제공격/쿨리코프 “반군 지연작전에 말렸다” 레베드에 역공알렉산데르 레베드 러시아 국가안보위 서기가 생존을 위한 정치투쟁을 시작했다. 보리스 옐친 대통령으로부터 체첸문제에 대한 전권을 위임받은 그는 16일 기자회견에서 아나톨리 쿨리코프 내무장관을 향해 최근의 체첸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쿨리코프에 대한 그의 공세는 일단 정치적 생존을 위한 다목적 카드로 보인다. 레베드는 최근 일부세력이 자신에게 골치아픈 체첸사태를 떠맡겨 정치적으로 토사구팽 꾀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할 만큼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옐친 대통령의 재선용 카드로 영입된 자신의 존재가치가 사라지자 기존 세력이 축출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따라서 그가 쿨리코프를 공격목표로 삼은 것은 반군과의 협상타결과 내부의 적 제거를 위한 이중포석이라고 할 수 있다. 쿨리코프를 축출할 경우 정적들과의 투쟁에서 기선을 제압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고 체첸반군과의 협상에서 러시아내 강경파를 제거했다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현 국면은 일단 레베드에게 유리한 듯하다. 그는 체첸사태의 해결을 위한 지휘권의 일원화를 내세우고 있어 옐친 대통령으로서는 그의 요구를 거부하기가 쉽지 않다. 체첸사태에 투입된 병력이 국방부 정규군과 내무부 산하 특수부대로 구성돼 이중 지휘체계의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쿨리코프의 대응도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옐친대통령 집권2기 출범과 함께 내무장관으로 재신임을 받은 그는 레베드와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들어갈 태세다. 그는 레베드가 반군측의 시간끌기 작전에 말려들고 있다고 역공에 나섰다.
이들의 정면충돌은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승리로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특히 쿨리코프는 자칫하면 체첸사태의 모든 책임을 뒤집어써야 할 형편이어서 물러서기 힘들다. 일부 관측통들이 두 사람의 힘겨루기를 크렘린내 권력투쟁의 서막으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모스크바=이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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