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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장 마치 “난민수용소”/봉쇄 사흘 연대 과학관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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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장 마치 “난민수용소”/봉쇄 사흘 연대 과학관 르포

입력
1996.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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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든 땀·최루탄 냄새에 신음소리도/극렬파 학생들 “통일운동” 독려/일부 학생 탈진 “집에 가고 싶다”1천1백여명의 한총련 소속 학생들이 「사수」하고 있는 연세대 이과대건물(과학관)과 종합관은 「난민 수용소」와 비슷한 풍경이었다. 3일째 계속되고 있는 경찰의 「압박작전」으로 외부와 완전 차단된 이곳에는 많은 학생들이 신음소리를 내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건물 안에는 집기와 빨래감, 잠자고 있는 학생들로 뒤범벅돼 어지러웠다.

그러나 「농성장 사수」를 주도하고 있는 남총련 소속 학생 등 일부 극렬파 학생들은 허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통일운동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학생들을 독려하고 있어 대조를 이뤘다.

19일 상오 이과대 건물로 들어서자 갑자기 숨이 콱 막힐 듯한 공기와 매캐한 최루탄 냄새가 풍겨왔다. 현관 정문에는 붕대와 소독약, 식염수 2∼3병을 앞에 두고 국방색 조끼를 입은 의료단 10여명이 수포 환자 5명을 돌보고 있었다. 오른편에는 사수대 30여명이 쇠파이를 품에 안은 채 맨바닥에 누워 자고 있었다. 그 옆에선 5∼6명의 학생들이 「분말카레」한봉지를 나눠 손바닥에 놓고 찍어 먹는 모습이 보였다.

3층으로 올라서자 땀냄새가 코를 찔렀다. 창문틀과 책상 등에는 씻지 못한 빨래감이 어지럽게 널부러져 있었고, 폭 3m정도의 복도에는 벽에 기대 앉아 있거나 누워있는 학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화약고」라 불리는 4, 5층 실험실 입구에는 「위험」이라고 적힌 표지를 부착해 놓아 학생들 스스로 접근을 자제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과대건물로부터 3백여m 떨어진 종합관의 사정은 더욱 심했다. 건물 화장실내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오는 곳은 한군데도 없었다. 한 학생은 『건물 옥상에 있는 물탱크의 물로는 앞으로 10시간 밖에 사용할 수 없다』며 『물 절약 수칙을 만들어 모든 빨래를 금지시키고 있는데 일부 학생들은 심한 탈수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3층 임시진료소에는 탈진한 여학생 20여명이 바닥에 누워 있었다. 대구 경산대에서 왔다는 한 여학생은 『여학생 대부분이 저산소증과 지속적인 스트레스로 생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내일이 개강인데 어서 학교에 가고 싶다』고 울먹였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은 이러한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경찰의 「지치기 작전」에 맞서 투쟁의 정당성과 「집에 가고 싶다」는 내용이 적힌 종이비행기를 지상에 있는 경찰을 향해 날리는 등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김관명·이동훈 기자>

◎“「사수대」가 이탈 막아” 경찰/모두 47명 이탈

경찰은 19일 연세대 과학관과 종합관에서 농성중인 한총련 소속 학생중 1백여명이 탈진상태에 있으나 사수대가 농성장 이탈을 막아 이들이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사수대는 학생들에게 투쟁서약서를 받으면서 농성을 강요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자수하거나 탈진해 농성장을 빠져나온 학생들의 진술을 종합한 결과, 남아있는 음식이 사수대 위주로 지급돼 사수대만 활발히 움직이고 있으며 대다수 학생들은 탈진해 경찰이 진입해 강제해산 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또 『한총련은 이번 시위에 각 대학 총학생회를 통해 동아리별로 인원을 할당, 학생들을 강제동원했다』며 『용인대의 경우 참가인원이 저조하면 학생회관내 동아리사무실을 폐쇄시키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연세대 봉쇄가 사흘째 계속되는 가운데 29명이 탈진 등으로 실려나오고 18명은 자수하는등 모두 47명이 농성장을 이탈했다고 밝혔다.<이동훈 기자>

◎한총련 “끝까지 투쟁”

한총련은 19일 밤 이수성 국무총리의 특별담화문 및 박일룡 경찰청장의 발언과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이번 발표는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으며 결코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면서 『자수는 한총련이 불법단체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므로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총련 대변인 박병언군(연세대 총학생회장)은 『국무총리의 「주동자 엄벌, 단순가담자 훈방」 방침은 기존의 정부입장과 달라진 것이 없는 것으로 학생의 요구를 철저히 묵살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한총련은 또 불법 폭력행위에 대해 필요한 경우 총기도 사용하겠다는 박청장의 발언에 대해 『80년 광주민중항쟁때를 제외하고는 역대 어느 정권도 학생시위대에 총기를 들고 나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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