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중심·실증학문 답게 국내 포함 일·중 각지 답사/한국 설화 위상 세우고 장승·금줄 등 무속성격 규명민속학은 추상적인 이론을 배격한다. 철저히 현상 중심이어야 하고, 실증적 과학이어야 한다. 비교민속학회가 추구하는 학문의 방향도 마찬가지다. 비교민속학회는 91년 6월28일부터 30일까지 3일간 충북 보은군 삼신사에서 「무속과 놀이」를 주제로 워크숍을 개최한 이래 92년 일본 도쿄(동경) 센슈(전수)대, 93년 중국 운남(윈난)성 곤명(쿤밍)시 등 세계 민속의 현장을 찾아다니며 다양한 학술토론의 장을 마련해 왔다. 중국의 워크숍 현장에선 묘족의 마당놀이와 우리의 강령탈춤이 함께 어우러져 진한 감동의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또 91년에는 2월8일부터 14일간, 8월12일부터 28일까지 16일간 두 차례에 걸쳐 도작문화로서 한국민속을 규명하기 위해 중국 운남 귀주(구이저우) 사천(쓰촨)성 등의 「라이스 로드(rice road)」를 답사했다. 당시 잡곡문화를 살피기 위해 티베트만을 따로 5일간 탐사했던 기억이 새롭다. 「라이스 로드」의 조사보고는 본학회지 7집, 티베트보고는 8집에 상세히 게재된 바 있다.
우리 학회 회원들은 그동안 비교민속학을 통해 한국의 기층문화를 정립하고 이론을 체계화, 학문적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나름대로 부단한 노력을 해왔다. 그결과 몇개의 숙제가 풀리기도 했다. 이를테면 구비문학의 유형연구에서는 국제적인 감각을 수용하여 한국유형표가 제작돼 한국설화의 위상을 세우는데 기여했으며, 무속연구에서는 주변 민족과의 비교연구를 통해 한국무속의 성격을 입체적으로 규명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북방계 고층문화요소로만 인지돼 왔던 장승이나 솟대가 최근의 현지 답사로 도작문화권의 중요한 신앙요소임이 드러났으며, 금줄과 줄다리기의 국내연구도 주변민족의 그것과 비교연구를 통해서 금줄의 성격이 단순한 액막이나 주술적 요소뿐 아니라 성과 속의 분리를 통한 신의 임재를 뜻하는 히에로파니임을 입증하는 새로운 시각도 찾아냈다.
농경세시에서 한국의 농경문화권이 단오권, 추석권, 복합권의 삼분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음을 주장할 수 있었던 것도 비교민속학적 연구를 통해서 얻어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학문적 성과들은 학회 사업중 하나인 「한국민속학총서 100」 출판작업(2000년까지 100권의 민속학서를 발간하는 계획으로 현재 10권이 나왔음)에 소화가 될 것이다.
물론 금후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들도 산적해 있다. 우선 방법론의 개발이 시급하다. 단순한 선별적 주제의 비교연구만으로는 소기의 목적을 이룰 수 없다. 한국과 한국문화, 그리고 한국을 둘러싼 제민족의 문화를 공시적으로 연대하는 맥을 찾을 수 있는 공통된 비교연구방법론이 개발되도록 힘써야 한다.
또한 현재까지 외국과의 현지조사가 주로 일본에만 국한돼 있는 것도 개선돼야 한다. 한일비교에만 시각을 집중시키는 관행은 시정할 필요가 있다. 비교민속학회가 「라이스 로드」를 집중 답사한 것도 이러한 일변도의 비교연구를 탈피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한국의 기층문화가 북방계니 남방계니 하는 단순한 추상론에서 벗어나 다양한 현장을 찾아가 구체적인 실증들을 찾아내고, 이를 이론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우리 학회의 과제가 될 것이다.<최인학 인하대 교수·국문학>최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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