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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 상언·격쟁 등 직소제도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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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 상언·격쟁 등 직소제도 연구

입력
1996.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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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권 덕성여대 교수 논문집 펴내신문고처럼 백성들이 억울함을 국왕에게 직접 호소하는 제도는 서양은 물론 중국이나 일본에도 없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소원제도였다. 조선초기의 신문고제도는 실효를 거두지 못했지만, 그 전통은 후기에까지 이어졌다. 18세기 영·정조시대에는 상언(국왕에게 민원사항을 글로 써 올리는 일)과 격쟁(민원인이 궁궐 주위에서 국왕의 행차때 징이나 꽹과리, 북등을 쳐서 이목을 집중시킨 다음 직소하는 것)이라는 직소제도가 뿌리를 내리면서 활발한 여론수렴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덕성여대 한상권 교수(사학)가 상언과 격쟁제도를 중심으로 18세기의 변화상과 조선의 소원제도를 분석한 논문집 「조선후기사회와 소원제도」를 펴냈다. 일조각간. 한교수는 논문집에서 「일성록」(정조편찬)에 수록된 4,400여건의 상언·격쟁의 내용을 바탕으로 당시 민중이 무슨 문제로 괴로워했고, 그들의 호소를 국왕은 어떻게 수렴했는지를 살피고 있다. 이를 통해 그는 중세적인 민본정치의 토양 위에서 근대의 민권의식이 싹트는 과정을 추적하고 있다.

한교수에 따르면 상언·격쟁의 내용은 간은(후손 또는 후학이 조상이나 선현에 대해 각종 은전을 베풀어줄 것을 요청함), 민은(사회경제적인 비리와 침탈을 호소함), 신원(투옥 등에 관련된 억울함을 호소함), 산송(산림의 소유권·이용권과 관련한 송사), 입후(후사가 없을 때 봉사손을 입양하는 문제)등 다섯 주제로 나뉜다. 이중 가장 비율이 높았던 것은 간은으로 41.7%였으며 민은(21.4%), 신원(13.4%), 산송(13.3%), 입후(10.2%)의 순으로 집계됐다.

한교수는 『역사 발전에는 피지배층의 역할이 지배층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상언과 격쟁에 담긴 기층민들의 목소리는 18세기 후반의 사회상을 재구성해 보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변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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