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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전쟁(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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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전쟁(장명수 칼럼)

입력
1996.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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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주동안 서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상한 전쟁」에 대해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은 우리들만이 아니다. 온 세계가 시위 학생들의 주장과 행태를 어이없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북한의 인민들이 그 광경을 본다면 더 어이가 없을 것이다.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소속 학생들이 13일부터 벌이고 있는 「통일축전」 소동은 도대체 무엇을 하자는 투쟁이며, 무엇을 얻기위한 전략인지, 이해받지 못하고 있다. 쇠파이프와 화염병을 들고 시가전을 방불케 하는 저항을 하고 있는 그들의 몸부림은 일반의 감각과 너무 동떨어져서 비극인지 희극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그들은 「범청학련 통일대축전」남북 공동개최를 주장하면서 반미 자주, 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철폐, 연방제 통일방안 쟁취 등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 시점에서 불법적인 극한투쟁을 정당화시켜줄 만큼 절박한 과제인지 의문이다. 그 주장들은 통일열망을 반영하기보다는 양식과 지도력의 심각한 결핍을 드러내고 있다. 지금의 상황은 민주·반민주나 통일·반통일의 대결구도가 아닌데, 어떻게 그 해묵은 슬로건으로 쇠파이프를 정당화하고, 국민을 설득하겠다는 것인가.

그러나 문제는 그처럼 시대착오적이고 비이성적인 시위에 5,000∼6,000명의 대학생들이 가담했다는 점이다. 그들은 부모세대가 땀흘려 번영을 이룩한 남한체제를 부인하고, 인민에게 밥도 못 먹이는 북한의 독재자 부자에게 동조하고 있다. 그들은 북한 인민들도 진저리치고 있을 주체사상을 학습하고 찬양한다. 이제는 북한이 철의 장막으로 가려진 신비의 땅이 아니고, 참혹한 실상이 만천하에 드러난지 오래지만 학생들은 막무가내로 환상을 쫓고 있다.

차라리 학생들이 북한에 쌀을 보내자고 주장한다면, 북한의 수재 복구를 돕는 자원봉사자로 가겠다고 나선다면, 북한 동포들이 통일후 「2등시민」이 되지 않도록 그들을 도울 방법을 연구한다면, 북한 동포들에게 실질적인 힘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현실을 외면하고, 북한의 선동에 현혹되어 자신을 키워준 체제에 돌팔매를 던지고 있다.

왜 이런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가. 정부의 애매한 대처, 대학의 학생지도 포기, 학생들의 잘못된 노선을 지적하지 않는 지식인들의 침묵을 비난하는 소리가 높다. 다 옳은 지적이다. 그와 함께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격렬하게 싸우는 젊은이들의 심리, 그들의 증오에 대해 연구해야 한다. 온 세계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상한 전쟁」에 몸을 던지려는 그 이상한 충동을 관찰해야 한다. 그것이 어리석음인지, 증오인지, 다른 무엇인지를 분석하는 심리요법 없이는 한총련사태의 악순환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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