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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특집극 「덕혜옹주」(TV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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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특집극 「덕혜옹주」(TV평)

입력
1996.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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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인 연기로 아픈 역사 생생하게/일 비판보다 우리 스스로 질타 눈길… 직설적 연출 흠TV 드라마를 통해 극도로 불행한 인물을 만날 수 있었다. 역사의 수레바퀴에 깔려 처절하리만치 비극적 삶을 살다간 한 여인. 그는 왕녀로서, 여자로서, 인간으로서 세 번이나 죽음을 당한, 형극의 삶을 살다간 마지막 왕녀였다.

한일간의 과거사를 둘러싸고 일본의 각료 및 우익단체들의 망언과 폭력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방영된 8·15 특집극 「덕혜옹주」(MBC 연출 이창섭)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케 했다.

고종(이낙훈 분)의 고명딸로 태어난 덕혜(이혜숙 분)는 13세때 일본에 볼모로 끌려가기 전까지만 해도 고요하고도 답답한 궁중에 생기를 불어넣던, 총명하고 쾌활한 말괄량이 소녀였다. 이국 땅에서 온갖 학대와 질시를 받은 그는 한 나라의 왕녀로서 자신의 권위가 여지없이 무너지자 조발성 치매증이라는 병을 얻는다.

20세때 쓰시마 섬 번주의 아들인 소 다케시(종무지) 백작(정승호 분)과 강제로 결혼하지만 불행의 그림자는 더욱 짙어진다. 41세때 이혼당한 그는 유일한 혈육인 외동딸마저 자살로 잃어버린다. 38년만에 병든 초로의 몸으로 고국으로 돌아온 그는 89년 4월 한 많은 생을 마감한다.

이 드라마는 덕혜의 유치원 친구 헤이코(김서라 분)와 도쿄(동경)문화여자대학 박물관 부소장 게이로(최불암 분)라는 가상인물을 내세워, 이들의 대화를 통한 회상형식으로 풀어나갔다. 이혜숙을 비롯한 등장인물의 연기가 돋보인 반면, 주제를 너무 직설적으로 드러낸 연출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금까지 광복절 특집물은 일본의 만행이나 잔학성 등을 들춰내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 드라마는 달랐다. 자신들의 왕을 신격화하면서 남의 왕가를 비하하는 일본의 비도덕성을 꼬집기도 했지만, 역사적 아픔에 무관심한 우리 스스로를 질타하는데 더 초점이 모아졌다.

덕혜의 일생은 한 여인의 기구한 운명이자 민족의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자화상이다. 하지만 그의 비극적 삶은 역사 속에 묻혀 잊혀져 왔다. 『한국 사람들은 어떻게 덕혜에게 그렇게 무관심할 수 있느냐』는 게이로의 마지막 말이 긴 여운을 남겼다.<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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